[K-VIBE] 석수선의 K-디자인 이야기…AI 혁신과 의료관광-①

연합뉴스 2025-03-31 12:00:08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지난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폐막한 '메디컬 코리아 2025'는 전 세계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헬스케어 최신 동향을 공유하는 행사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메디컬 코리아는 올해 15회째로, 해외 환자 유치와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등 보건의료 산업 분야에서 국제적 협력을 도모하는 장으로 역할을 해왔다.

특히 미국 조지아주 최대 규모 헬스케어 시스템인 에모리 헬스케어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알리스테어 어스킨이 기조 강연자로 나선 점이 눈길을 끌었다. 어스킨은 환자 치료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사례와 미래 전망에 대해 강연했다. 또 다른 연사로는 질병을 진단하는 '스마트 변기' 연구로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박승민 교수가 AI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는 맞춤형 헬스케어 방향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필자도 'AI 혁신과 초개인화 시대를 맞아 Medical Korea의 미래'라는 제호의 강연을 진행했다. 행사 기간 'AI 기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의 미래', ' 한국의 혁신적인 암 치료 기술 동향 및 국제 경쟁력' 등 다양한 주제로 6개의 포럼과 2개의 특별 세션이 열렸다. 50여명의 국내외 연사가 AI 기반 맞춤형 헬스케어가 산업과 치료 기술, 의료관광에 미치는 영향과 발전 전략 등을 논의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메디컬 코리아 2025'에서 강연하는 석수선 박사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의료관광 산업이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때 심각한 침체를 겪었던 산업이 급격히 회복하면서 2023년 한 해 동안 60만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가 한국을 방문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20% 이상 초과한 것으로, 명실상부 의료관광의 글로벌 허브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주 방문국은 일본(31.0%), 중국(18.5%), 미국(12.7%) 순이며,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의 방문자 수 역시 급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여전히 주요 유치 분야지만, 암 치료와 한의학, 종합 건강검진 같은 특화 진료 분야로까지 폭넓게 확장되고 있다. 실제 암 치료 분야는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환자 증가율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으며, 한의학 역시 한국만의 고유한 치료법을 경험하려는 해외 환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은 성장 배경에는 AI와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초개인화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의 특성, 선호도 및 건강 상태 등을 정확하게 분석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삼성서울병원은 AI를 활용해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87.7%까지 향상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또한 국내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이 2019년 5개에서 2023년 40개로 늘어나며 한국 의료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과 편리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메타버스 기반의 가상 의료 허브가 등장하면서 해외 환자들이 자국에서 한국 의료진과 온라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Zoom과 MIC Sickbay 플랫폼 등 AI 기반 진단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의료 상담이 가능해져, 실제 방문 시 즉시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서비스 질 향상은 AI 에이전트와 AI 컴패니언 기술의 도입으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AI 컴패니언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지원을 목적으로 하며, 특히 치료 과정에서의 긴장감과 불안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AI 에이전트는 다국어 통역 지원, 진료 예약 관리, 전자 의료기록 관리 등 행정적 지원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환자 편의를 극대화하고 의료진의 업무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한국 의료관광의 또 다른 차별점은 풍부한 문화적 콘텐츠와의 결합에 있다. 외국인 환자 중 41.3%가 한국을 선택하는 데 K-POP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는 한류의 영향력이 더욱 강력해 병원들은 강남 지역에서 K-POP 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와 한복 웰니스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외국인 환자들이 치료뿐 아니라 한국 문화의 특별한 경험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한국 의료관광의 글로벌 경쟁력은 AI 기술, 합리적인 비용, 높은 치료 성공률에 더해 풍성한 문화 콘텐츠까지 융합됨으로써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정부 역시 의료비자 간소화, 원스톱 서비스 확대, 중동 및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와의 협력 강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산업 성장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책들은 2032년까지 의료관광 시장 규모가 30억 달러(약 4조4천억원)를 초과할 것으로 기대되는 중요한 밑바탕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특히 통합적인 AI 플랫폼의 부재로 인해 정보 비대칭과 외국인 환자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간 소통 기능과 환자의 전 과정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더 높이기 위해 'Medical Korea'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더욱 명확히 설정하고, 해외 시장에서 한국 의료서비스만의 독특한 강점을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AI 기반 초개인화 의료 서비스와 한류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국가별 맞춤 전략을 적극 추진할 때 비로소 의료관광의 글로벌 리더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의료관광의 성공은 첨단 의료기술, 환자 중심의 서비스, 문화 콘텐츠가 하나로 융합된 종합적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AI 기술 혁신과 초개인화 서비스, 그리고 풍부한 한류 콘텐츠를 통해 차별화된 의료관광 경험을 제공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플랫폼 안에서 환자 친화적, 사용자 위주의 디자인 차별화는 또 다른 필수요소다.

이제 정부와 민간 기업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서비스와 인프라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한국 의료관광의 글로벌 위상을 확고히 구축할 시기다.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