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마법…신간 '여행가방'

연합뉴스 2025-03-31 10:00:11

일상의 숨겨진 이야기 담은 '지식산문 0' 시리즈 출간

여행가방과 여행객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트로이를 멸망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오디세우스는 트로이를 지지한 신들의 저주를 받아 10년을 떠돌았다. 계속된 모험 속에서 그는 피로가 쌓여갔지만, 여행을 통해 점점 성숙해졌다.

그 과정에서 오디세우스는 집에 빨리 닿고 싶은 욕망과 함께 여행을 계속하고 싶은 충동 사이에서 갈등했다. 적어도 앨프리드 테니슨 경이나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스와 같은 시인들은 오디세우스가 고향을 갈망하면서도 고향에 가길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영어학과 교수이자 작가인 수전 할런도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우스'를 읽으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현대인들이 그런 갈등하는 오디세우스의 후예라는 사실 말이다. 우리가 일상을 사랑하고, 일상에 머물기를 바라지만, 때론 일탈을 꿈꾸고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는 점에서다.

할런이 쓴 에세이 '여행가방'(luggage)은 우리를 일상의 족쇄에서 벗어나 낯선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책이다. 책은 제인 오스틴,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르한 파묵 등이 전하는 문학 이야기를 비롯해 여행의 역사, 여행가방 판매, 여행 산업, 짐 꾸리기, 공항의 풍경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마치 콜라주처럼 배치한다. 그렇게 모인 다양한 모양과 형태, 색깔을 지닌 이야기들은 우리를 낯선 세계 속으로 인도한다.

저자는 17세기 초부터 귀족계급을 중심으로 '그랜드투어'라는 해외여행이 시작됐다는 사실, 1854년 설립된 명품회사 루이뷔통이 "나무·캔버스·황동·철로 된 트렁크(여행용 큰 가방)"로 유명해졌다는 이야기, 19세기 초 증기선은 마치 영화 '설국열차'처럼 계급으로 나뉘어 있었고, 증기선의 아래층 승객들은 "말하는 화물"로 불렸다는 사실 등 여행과 관련한 여러 팩트와 이야기를 묶어서 들려준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행가방'이 출판사 복복서가가 펴내는 '지식산문 0'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나왔다.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스테디셀러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 중 흥미로우면서도 새로운 사고를 촉발하는 책들을 선별해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시리즈다.

'여행가방' 외에도 개인이 혼자서 즐길 수 있었던 음향기기의 원조 격인 카세트 '워크맨'을 조명한 '퍼스널 스테레오'와 낙엽 지는 가을에 입으면 운치를 더해주는 코트를 소재로 한 '트렌치코트'도 함께 출간됐다.

복복서가는 청바지, 유아차, 인형, 먼지, 쇼핑몰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물들의 특징을 소개하는 에세이도 지속해서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 여행가방 = 최정수 옮김. 264쪽.

▲ 퍼스널 스테레오 = 리베카 터허스더브로 지음. 배순탁 옮김. 228쪽.

▲ 트렌치코트 = 제인 타이넌 지음. 이상미 옮김. 280쪽.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