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정전' 공사 마무리…내달 20일 조선 왕의 신주 돌아온다

연합뉴스 2025-03-31 10:00:11

국가유산청, 155년 만에 대규모 '환안제'…의궤 기록 토대로 재현

2020년 공사 시작해 막바지 작업 중…시민 200명과 창덕궁→종묘 이동

보수 공사 마친 종묘 정전 전경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종묘 정전의 보수 공사로 잠시 자리를 비운 조선 왕과 왕비,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가 다음 달 돌아온다.

국가유산청은 다음 달 20일 창덕궁 구(舊) 선원전에 임시 봉안한 신주 49위를 종묘 정전으로 다시 옮기는 환안제(還安祭)를 연다고 31일 밝혔다.

2020년 시작한 정전 보수 공사를 마무리하는 자리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6월 신주를 옮긴 지 약 4년 만에 다시 모셔 오는 것이다.

마무리 공사 중인 종묘 정전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870년 환안 이후 155년 만에 행해지는 의례로 헌종(재위 1834∼1849)대 제작된 '종묘영녕전증수도감' 의궤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 국보로 지정된 종묘 정전은 종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이다.

조선 초에는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의 4대조(목조, 익조, 도조, 환조) 신위를 모셨으나, 이후 공덕이 있는 왕과 왕비 등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 됐다.

총 19칸의 방에 왕과 황제 19위, 왕비와 황후 30위의 신주를 보관한다.

마무리 공사 중인 종묘 정전

화려한 장식 없이 옆으로 길게 이어진 형태로, 우리나라 단일 건물로는 가장 긴 건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4년 안전 점검 과정에서 부재 일부가 처지거나 파손되고 곳곳에서 물이 새는 사실이 확인돼 정밀 실측과 설계가 이뤄졌고, 2020년부터 보수 공사가 진행됐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공사 과정에서는 건물 뒤쪽과 서쪽 익랑(翼廊) 부근을 중심으로 '목조 문화유산 천적'으로 알려진 흰개미 피해가 확인되기도 했다.

현재 종묘 정전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14일 찾은 정전 일대는 임시 가설물이 설치돼 있었고, 현장 작업자들이 바쁘게 오가며 정전 남신문과 담장, 바닥에 깔린 박석(薄石·얇고 넓적한 돌) 등을 정비 중이었다.

종묘 정전 보수 공사 현장 모습

수제 기와와 공장제 기와가 섞여 있었던 지붕은 상당 부분 기와를 교체한 듯했다.

종묘관리소 관계자는 "정전 앞 월대(주요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는 원래 3단만 보였는데 4단까지 보이도록 바닥을 정비하고, 기와도 70% 가까이 바꿨다"고 말했다.

다음 달 열리는 환안제는 시민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행사 당일인 4월 20일 오전 11시 30분 창덕궁 구 선원전에서 제사를 올린 뒤 광화문, 세종대로사거리, 종각역을 거쳐 종묘까지 신주를 옮긴다.

종묘 정전 보수 공사 현장 모습

신주는 내국인 150명, 외국인 50명 등 200명으로 구성된 시민 행렬단과 함께 이동할 예정이다.

종묘에 도착한 뒤에는 신주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고하는 고유제와 준공 기념식도 열린다.

종묘는 조선 왕조와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이다.

조선을 건국한 뒤인 1395년 '궁궐을 기준으로 왼쪽에 종묘, 오른쪽에 사직을 세운다'는 예에 따라 현 위치에 창건했다.

유교 왕실 사당의 탁월한 사례이자 세계에 유례가 없는 독특한 건축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첫 세계유산으로 올해 등재 30주년을 맞는다.

2021년 열린 '이안제' 모습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