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간송미술관 공동 개최…국보·보물 등 165점
1천원권 지폐 그림 '계상정거도'…인왕제색도는 하반기부터 장기 해외 전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국보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등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 전시 '겸재 정선'이 다음 달 2일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정선하면 떠오르는 진경산수화부터 관념산수화, 고사인물화(옛 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 화조영모화(꽃과 새, 동물을 그린 그림), 초충도(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까지 정선의 예술세계를 종합해 보여주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정선을 주제로 열린 전시 중 최대 규모다.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18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 165점을 모았다. 여기에는 국보 2점과 보물 7건(57점)이 포함돼 있다.
전시 1부에서는 진경산수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시작된 장소이자 다양하게 변주한 금강산과 정선이 나고 자란 한양 일대를 그린 그림을 중심으로 개성, 포항 등 다양한 지역 명승지를 그린 그림으로 진경산수화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정선이 평생에 걸쳐 가장 많이 그렸던 금강산 그림으로는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풍악내산총람도, 신묘년풍악도첩, 해악전신첩, 관동명승첩을 볼 수 있다. 이 중 인왕제색도는 5월 6일까지, 풍악내산총람도는 5월 7일∼6월 29일 전시된다. 인왕제색도는 올해 11월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진행되는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 작품에 포함돼 이번 전시 이후 당분간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작품이다.
북악산 자락에서 태어나 자랐고 양천현령으로 근무하기도 했던 정선은 북악산과 인왕산 일대, 한강일대와 서울의 서쪽 지역 그림도 많이 남겼다. 서울과 한강 주변 명소를 진경산수화로 정리한 화첩 '경교명승첩' 중 '압구정' 등이 이번 전시에 나온다.
정선은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화목(畵目)에도 정통했다. 2부에서는 문인화와 화조화 등 정선이 그린 다양한 주제와 소재의 작품을 살핀다.
정선은 특히 조선 후기 문인화풍 산수화가 유행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문인들이 즐겨 읽던 시를 그림으로 그린 시의도(詩意圖) 등을 자주 제작했고 오랜 벗이었던 사천 이병연의 시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가 은거한 여산의 초당을 그린 '여산초당'(전시는 6월 1일까지)과 '연강임술첩', '경교명승첩' 등이 출품됐다. 세 벌이 제작된 '연강임술첩'은 현재 전해지는 정선본과 홍경보본이 처음으로 함께 전시된다.
지난 2012년 9월 당시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34억원에 삼성문화재단이 구입해 소장한 '퇴우이선생진적첩'도 이번 전시에 나온다. '퇴우이선생진적첩'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에 정선의 진경산수화 4면 등을 곁들인 서화첩으로, 1천원 지폐 뒷면의 그림인 '계상정거도'가 여기에 실려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이 함께 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올해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과 내년 정선 탄생 35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의 협력을 통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전시가 성사됐다"며 "마치 장대한 금강산을 한 폭에 담아내듯 정선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 호암미술관에서 진행한 뒤 내년 하반기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이어진다. 유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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