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선고 3월 예상했던 경찰…예산도 인력도 '번아웃'

연합뉴스 2025-03-31 10:00:09

지방청 기동대, 예산 부족에 숙박→당일치기 전환

산불 겹치며 '마른수건 짜듯' 배치…집회 현장선 "공안이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은 언제?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가면서 헌법재판소 일대를 경비하는 경찰이 '번아웃'(탈진)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경찰은 3월 중순 선고를 예상하고 경비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선고가 미뤄지며 피로 누적과 예산 부족 등 이중고에 봉착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헌재 경비를 위해 상경한 지방 기동대원들은 오는 31일부터 당일치기로 소속 지역을 오간다. 기존에는 비즈니스 호텔급 숙소에 머물렀다.

불규칙한 숙영 생활로 지방 기동대원들의 불만이 고조됐고, 대규모 숙소 예약이 이어지며 예산이 부족한 상황 등이 반영됐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한 기동대 지휘관은 "헌재 선고가 이렇게 오래 걸릴지 예상 못 했다"며 "기동대원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까지 해야 하니 체력적으로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통상 38개 안팎의 지방 기동대가 매일 서울로 차출됐다. 한 부대당 60명꼴인 점을 감안하면 매일 서울에 2천여명분의 숙박 비용이 든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편성된 17억7천480만원 중 13억6천347만원을 지난 23일까지 썼다.

연간 예산의 76.9%에 해당하는 금액을 3개월 만에 써버린 것이다.

차벽 설치된 헌재

지난주엔 경북 지역 산불로 경북청 기동대가 서울에서 빠졌다. 기동대 규모가 가장 큰 서울청은 산불 지원을 할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지난주는 트랙터 상경 시위, 민주노총 총파업 등까지 겹쳐 업무가 폭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만 해도 초과 근무에 시달리며 극한 상황인데 경북에도 큰일이 벌어지니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경찰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 선고를 앞두고 지연되고 있는 인사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서울청은 업무 연속성을 위해 경감 이하 인사를 미루면서 인사 발령은 4월로 넘어갔다.

가짜뉴스도 골칫거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난 25일 남태령 트랙터 시위 현장에 경북 기동대 바리케이드가 있던 것을 두고 경찰이 경북 기동대를 산불 현장에 투입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북청은 당일 '갑호비상'을 발령해 기동대를 산불 현장에 투입했고, 해당 바리케이드는 서울청에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기동대원들은 중국 공안 경찰 취급을 받기도 한다.

헌재 앞에서 "중국 공안이냐"고 물으며 관등성명을 요구하는 탄핵 반대 시위자들과 종일 마주하는 것이다.

사실상 경비 업무방해 행위지만, 현행범 체포는 법적 근거가 미흡해 기동대원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dh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