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3.0] 인순이가 이끄는 해밀학교, '다문화 교육의 롤모델'로 주목

연합뉴스 2025-03-31 09:00:04

2023년 국내 다문화학교 최초 '구글 레퍼런스 스쿨'로 선정

'다국어 자동번역 시스템' 개발해 언어소통 문제 해결

"AI 활용 교육 노하우, 다른 학교·선생님들과 공유할 것"

김인순 해밀학교 이사장

(홍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다문화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녹여야 해요. 그리고 다문화인들에게 중요한 건 지원보다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수 인순이로 유명한 해밀학교 김인순 이사장은 지난 20일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해밀학교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견해를 이같이 피력했다.

해밀학교는 김 이사장이 2013년 4월 홍천군에 세운 중학교 교육 과정의 학교로 지금까지 1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재학생들은 베트남, 태국, 중국 등 13개국 출신 부모들의 자녀로 구성돼 있다. 재학생 수는 6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56명.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비와 기숙사비는 무상이다. 탈북민과 고려인 자녀들도 포함돼 있으며, 올해 코피노(Kopino) 자녀도 처음으로 입학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19만3천여명. 올해는 2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교 12주년을 맞은 해밀학교가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적인 교육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밀학교는 2023년 12월 국내 다문화학교 최초로 '구글 레퍼런스 스쿨(Google Reference School)'로 선정됐다. 구글의 교육 사업인 '구글 포 에듀케이션(Google for Education)'의 구글 에듀테크 도구를 모범적이고 혁신적으로 사용해 교육 현장의 변화를 주도한 학교에 부여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교직원 전원이 구글 공인 교육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글 플랫폼을 활용해 교육 환경을 개선했다. 전교생에게 '크롬북'이라 불리는 노트북을 제공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그해 '인공지능(AI) 교육 선도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국어 자동번역 시스템'을 활용한 영어 수업

해밀학교 역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한 교실에서 여러 나라 출신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다 보니 언어소통 문제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해결 방법을 찾다가 자체 개발한 것이 '다국어 자동번역 시스템'이다,

교사가 말을 하면서 노트북에 내용을 입력하면 여러 나라의 언어로 실시간 번역돼 대형 모니터와 학생들의 크롬북을 통해 보여준다. 학생들도 하고 싶은 말을 모국어로 입력하면 번역기를 통해 한국어로 교사에게 전달된다. 원래 한국어와 영어처럼 1:1 언어로만 번역되는 시스템이었으나 구글 프로그램을 응용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실제 이날 기자가 영어와 수학 수업 시간을 참관했을 때 자동번역 시스템은 영어, 태국어,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등 4개국 언어로 실시간 번역돼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줬다.

'다국어 자동번역 시스템'을 활용한 모니터 화면

영어 단어를 게임과 접목해 가르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이 풍선 게임에 접속해 영상과 관련된 단어를 맞혀 점수를 얻으면 개개인의 이름이 적힌 풍선이 위로 올라간다.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을 접목한 수업을 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동기부여가 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자동번역기 덕분에 아이들이 공부하기가 훨씬 더 수월해졌다"고 전했다.

수학 수업의 경우에도 번역시스템과 함께 '코스웨어'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활용해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게임을 접목한 수학 문제를 먼저 푼 학생이 답을 누르면, 대형 모니터에 학생들의 순위가 실시간으로 바뀐다.

'코스웨어' 시스템을 활용한 수학 수업

이 학교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김지언 양은 "교과서만으로 수업할 때는 외국 친구들이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AI를 활용하니까 외국 친구들이 학습은 물론 소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며 "게임에 접속해서 수업하니까 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워졌다"고 했다.

해밀학교의 AI 활용 교육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은 혁신적인 교육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경진 교장은 "AI를 활용한 교육을 통해 다양한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방법들을 잘 모형화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며 "AI 도구들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과 노하우를 다른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밀학교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해밀학교 학생들에게 거는 기대는 소박하지만, 잔잔한 울림을 준다.

"인재로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의 첫 번째 목적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많은 비바람이 있을 테지만 흔들리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디에서든지 '쓰임새' 있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밀학교의 현재 건물과 시설은 학생이 30명 정도일 때 지어져 점점 학생들이 늘다 보니 학습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2023년부터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학교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고, 600여명이 후원해 주고 있지만, 학교 재정은 넉넉지 않은 형편이다. 부족분은 김 이사장이 사비로 충당하고 있어 개인과 기업의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해밀학교에 2천만원 기부금

연합뉴스는 지난해 12월 27일 전 직원이 한 해 동안 월급에서 모은 성금 2천만원을 해밀학교에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연합뉴스 김재홍 비즈플러스 담당 상무이사, 한승호 한민족센터 본부장, 해밀학교 이경진 교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2023년에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사옥에서 다문화 장학사업 장학금 전달식을 갖고 해밀학교 학생 10명에게 장학 증서를 전달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연합뉴스에서 다문화 교육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가져 주시고, '다문화 교육은 우리들의 책임이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이렇게 앞장서서 관심 가져 주셔서 정말 든든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phyeon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