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벤처 '홀트에너지', 수소 추출기 개발에 박차
폐플라스틱 기름을 수소로 바꾸면 경제가치↑…"기후변화도 대응"
[※ 편집자 주 = 울산은 '산업 수도'로 명성을 이어왔습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을 이끌어온 대기업이 토양을 닦은 곳이지만, 이제는 스타트업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지역 경제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울산 지역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도전을 응원하는 기획기사를 매월 한 꼭지 송고합니다.]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은 어쨌든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 않습니까. 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골칫거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에너지로 사용할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합성수지(플라스틱) 생산량과 사용량은 모두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석유화학편람을 보면 한국 합성수지 생산량은 2023년 1천451만3천t으로 주요 10개국 가운데 중국(9천794만t), 미국(3천857만t), 사우디아라비아(1천463만5천t)에 이어 4번째로 많았다.
1인당 합성수지 소비량은 116.2㎏으로 10개국 중 단연 1위다.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2021년 기준 9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이런 폐플라스틱 중 페트병처럼 세척과 일정한 공정을 거쳐 재사용되는 제품도 있으나 재활용이 어려운 것들은 300∼500도의 고열로 가열돼 기름이 되기도 한다.
이 기름을 '열분해유'라고 하는 데 성질이 불안정해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하기는 어렵고 난방유로 주로 쓰인다.
울산 지역 창업기업 '홀트에너지'는 이 열분해유에서 수소를 뽑아내 재활용 가치를 높이고 환경오염은 줄이는 설비를 개발 중이다.
열분해유를 저전력 플라즈마로 액상 방전시켜 잘게 쪼개 가스(gas)로 만들고 이 가스와 니켈(Ni)을 반응시켜 수소를 뽑아내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탄소와 수소 등으로 이뤄진 열분해유를 여러 공정을 통해 수소만 남길 수 있는 '추출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폐플라스틱이 열분해유에서 수소로 바뀌는 것만으로 부가가치가 올라간다. 실험 조건에 따라 경제적 가치가 6배 더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열분해유를 난방유 등으로 태워서 쓰는 대신 수소로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소배출량도 30%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홀트에너지 측은 소개했다.
홀트에너지를 이끄는 김흥섭 대표가 이런 차세대 에너지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12년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당시 벙커C유를 대신해 바이오중유가 사용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신재생 에너지'가 정책적 화두가 된다는 걸 직접 느꼈다고 한다.
이후 한국지역난방공사로 이직해 신재생사업부에서 근무하며, 직장 선배가 추진하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기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돕게 되면서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게 됐다.
그 당시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했을 때 나온 기름 중 인화점이 30도 이하인 것은 보일러 연료 등으로 판매할 수가 없는데, 이 버려지는 기름을 수소화하는 벤처기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는 창업과 기술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한국전기연구원으로 다시 이직했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개질 연료 전지 기반 폐수지 열분해 재활용 발전시스템' 특허를 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바탕으로 2023년 9월 홀트에너지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울산이 새로운 미래 동력으로 수소 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었고, 행정이나 지역 산업계에서 수소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울산에서 창업했다"고 말했다.
홀트에너지는 현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본부와 함께 수소 추출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실험 단계에서 안정적인 수소 추출 반응이 확인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일단은 하루 1㎏ 정도의 수소를 생산하는 모델을 올해 안에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울산에 들어설 수소 트램에 수소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장치까지 개발하고 싶다"며 "쓰레기로 인식되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연료 분야에서 계속 발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업성은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울산스타트업페스타 톱5, 김해 스테이션-G 우수상, 환경창업대전 우수상 등 각종 벤처기업 관련 평가에서 7번 수상했다.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가 지난해 62조6천730억원에서 2028년 85조4천329억원까지 커지고, 세계 수소 생산 시장도 같은 기간 10.4%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 대표는 "울산에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cant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