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8조5천억원 유입…'톱5 펀드' 모두 설정액 2조원 넘겨
장기채보다 중단기채 펀드 수요↑…"국내 성장 부진속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유리"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미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권형 공모펀드로 국내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시장이 요동치자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인 채권 관련 상품으로 자산 배분을 하는 투자자들이 느는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공모펀드(상장지수펀드(ETF) 및 머니마켓펀드 제외)의 유형별 설정액 변동추이를 집계한 결과 채권형 공모펀드(국내외 채권 합산)에 8조4천797억원이 몰려 유입액이 가장 컸다.
그 다음은 재간접형 펀드로 1조9천417억원이 유입됐으며, 기타 펀드로도 9천644억원이 유입됐다.
반면 국내주식형 공모펀드는 2천396억원이 줄었고, 해외주식형 펀드는 1천495억원이 유입되는 데 그쳤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채권형 공모펀드 가운데 올해 들어 자금 유입이 가장 많았던 펀드는 '코레이트셀렉트단기채펀드'로 설정액이 27일 기준 1조2천634억원 늘었으며,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펀드'(1조311억원)가 뒤를 이었다.
'신한초단기채펀드'(8천14억원), '키움더드림단기채펀드'(5천253억원) '우리단기채권펀드'(5천40억원) 등도 유입액 상위권에 속했다.
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ETF보다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선호도가 훨씬 높았다.
통상 ETF는 수수료가 저렴하고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어 공모펀드보다 인기가 높지만 채권 펀드에서는 상황이 반대가 됐다.
연초 이후의 자금 유입액을 보면 채권형 ETF는 1∼2위 상품이 3천억∼2천억원대에 그쳐, 1조원대에 달하는 최상위권 채권 공모펀드에 한참 못 미쳤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종사자는 "ETF는 패시브(지수 추종) 전략에 강하지만 공모펀드는 적극적인 종목 발굴 등 액티브 성향을 강조하기 때문에 채권 투자 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중에서도 트랙레코드(운용기간)가 긴 공모펀드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설정액 규모로 보면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펀드'가 2조8천613억원으로 채권형 공모펀드 중에서 가장 덩치가 컸다.
2위는 '코레이트셀렉트단기채펀드'(2조4천854억원)였고 '키움더드림단기채펀드'(2조3천818억원), '우리하이플러스채권펀드'(2조2천331억원), '유진챔피언단기채펀드'(2조1천218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상위 5개 채권형 공모펀드는 모두 설정액이 2조원이 넘었다.
올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측 불허의 전방위 관세 압박을 고수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고, 지난해 고공행진을 했던 미국 증시는 조정 압력을 받고 있다.
성장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종합지수는 연초 이후 10.29% 떨어졌다.
한국 증시도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코스피 2,600선을 다시 내줬다.
트럼프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대비책으로 안정성이 좋은 국내 채권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진단이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채 펀드는 또 변동성이 큰 탓에 지금은 불확실성이 더 적은 중단기채 펀드에 대해 투자자 수요가 훨씬 더 크다"며 "금리 인하 속도가 다소 늦춰지겠지만 국내 성장 전망이 부진한 만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채권 투자에 더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표] 채권형 공모펀드 유입액 순위
※ 출처: 에프앤가이드, 올 연초∼3월27일 기준
[표] 채권형 공모펀드 운용설정액 순위
※ 출처:에프앤가이드, 3월27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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