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단아한 궁체·어머니와 아들의 글…한글에 담긴 마음

연합뉴스 2025-03-31 08:00:10

국립한글박물관, 공주서 공동 기획전…"조선시대 가족 사랑 주목"

덕온공주 필사, '자경전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끊임없는 마음이 한결같이 게으르지 않고 진실한 효(孝)와 공경하는 정성이 말과 낯빛에 드러나서 잠시도 소홀함이 없으셨다."('자경전기' 중에서)

붉은 표지를 단 종이 위에 단아한 글씨가 적혀 있다.

정성껏 써 내려간 듯한 글씨의 주인공은 순조(재위 1800∼1834)의 셋째 딸 덕온공주(1822∼1844). 공주가 한글 궁체로 적어 내려간 친필 유물이다.

조선 왕실의 한글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충남 공주에서 공개되고 있다.

필사자 미상, '망전단자'

국립한글박물관과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이 함께 공주시 충청남도역사박물관에서 선보인 기획 전시 '한글, 마음을 적다'를 통해서다.

한글로 표현한 가족 사랑을 주제로 한 문헌 자료와 유물 등 13건(14점)을 모았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왕실과 양반가에서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통해 한글이 사용된 사례와 내용을 소개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덕온공주와 관련한 한글 자료를 눈여겨볼 만하다.

덕온공주가 아버지 순조가 지은 한문 '자경전기'(慈慶殿記)를 한글로 옮겨 적은 글, 어머니 순원왕후가 덕온공주의 제사에 보낸 음식 목록 기록 등이 공개된다.

임헌회 등 필사, '선비유언'

자경전은 덕온공주의 할아버지인 정조(재위 1776∼1800)가 모친 혜경궁 홍씨를 위해 1777년 창경궁 안에 세운 전각으로, 건물은 없어지고 현재 터만 남아 있다.

자경은 자전(慈殿) 즉, 임금의 어머니가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뜻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덕온공주의 '자경전기'는 정조, 순조, 덕온공주로 이어지는 조선 왕실의 효심을 잘 보여주는 자료로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순원왕후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망전단자'(望奠單子)에는 죽은 이를 위해 매달 음력 보름날 아침에 지내는 제사인 망전과 당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정조가 외숙모 여흥 민씨에게 보낸 편지 등을 모아 만든 편지첩인 보물 '정조 한글어찰첩'은 원본 대신 복제본 형태로 전시에서 함께 선보인다.

전시장 모습

관람객들은 어머니와 아들의 글씨가 함께 남아 있는 옛 자료도 볼 수 있다.

충청남도역사박물관이 소장한 '선비유언'(先妣遺言)은 충청 지역에서 활동한 성리학자인 전재 임헌회(1811∼1876)의 어머니가 아들을 생각하며 남긴 글이다.

어머니가 병환 중에 아들에게 남긴 유언을 임헌회가 교정하고 정리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한글로 기록되고 표현된 조선시대 사람들의 가족 사랑을 살펴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짚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일부 유물은 일정 기간만 전시한다.

전시장 모습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