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장 에이피알, 3년 주주환원 발표…씨앤씨인터내셔널 첫배당
하이브, 손실에도 2년째 배당…코웨이, 전년의 두 배 배당
소액주주 주주환원 요구…"기업 신뢰도 높이고 투자처로 매력 높여"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차민지 기자 = 국내 창업 상장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창업기업들은 배당보다는 이익을 재투자해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주주환원'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기업의 성장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일반 주주들에게 적정한 보상을 통해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 바람을 타고 대기업들이 줄줄이 기업가치 제고(벨류업)에 나서고 있는 데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최근 투자 시장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 100억 달러(약 14조7천억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K뷰티' 업계는 적극적으로 배당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월 코스피에 상장한 화장품·의료기기 업체 에이피알[278470]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현금배당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내년까지 매년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25% 이상을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하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추진하기로 했다.
배당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분기배당 절차를 개선한다. 정관을 고쳐 이사회가 분기배당 기준일을 정하고 기준일 2주 전에 공고하기로 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정관 변경은 배당 관련 진행 절차를 좀 더 투명하게 진행해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라며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색조화장품 전문 제조사인 씨앤씨인터내셔널[352480]은 1997년 창업했으나 지난 2021년 5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후 올해 처음 결산 배당을 한다.
이날 정기 주총에서 1주당 1천원의 현금배당 안건을 확정한다. 배당총액은 약 99억9천만원으로 지난해 순이익(324억원)의 약 30% 수준이다.
시장에선 처음 배당을 시행하는 코스닥 상장 기업 중에서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이 높다고 평가한다.
'1세대 로드샵'인 토니모리[214420]도 이달 말 1주당 120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배당총액은 28억6천만원으로 배당 성향은 17% 수준이다.
토니모리는 배당을 2015년 상장 이후 2018년까지 해오다 코로나19 유행 등의 악재로 실적 부진을 겪어 중단했다. 지난 2023년부터 실적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올해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을 재개하게 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K뷰티 인기로 산업 자체 파이가 커지다 보니 배당 성향을 높이는 분위기"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는 업종인 만큼 기업들도 배당 등 주주환원을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종업계 기업들은 서로의 정책을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며 "화장품 업계 성장 모멘텀이 강화된 만큼 중소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배당 정책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패션 기업도 배당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인다.
엔터테인먼트업계 상장기업들은 대체로 배당 성향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성장'보다 '주주가치 제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정기 주총을 개최하는 하이브[352820]는 지난해 순손실을 냈지만, 2년 연속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은 1주당 200원, 모두 83억원 규모로 각각 산정했다. 이는 2023년 각각 700원, 292억원보다 줄었으나 하이브가 앞서 내세운 지배주주 순이익(지배주주가 소유한 지분에 해당하는 이익만 추정한 값)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하이브는 2023년 지배주주 순이익의 30% 범위에서 매년 주주환원을 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밝힌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배당금은 1주당 60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하이브는 여기에 특별 배당금을 더 얹어 주당 2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을 전개하는 의류기업 더네이쳐홀딩스[298540]는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상장 후 최대 규모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지난 2020년 코스닥에 입성한 후 매년 배당을 실시했다.
작년에 영업이익(301억원)이 전년보다 55%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배당을 결정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더네이쳐홀딩스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과 주주의 이익이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기업들이 배당을 높이는 이유다.
2020년 초 넷마블로 경영권이 넘어간 코웨이[021240]는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1주당 2천630원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천891억원으로 전년 980억원(1주당1천350원)보다 93% 늘었다.
코웨이는 올해 초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을 기존 연결 당기순이익의 20%에서 40%로 두배로 상향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코웨이가 적극적인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나선 것은 주주단체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2∼3년 전부터 소액주주들을 비롯해 기업에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우리나라 상장사들은 버는 것에 비해 주주 배당률은 여전히 높은 편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주주환원이 화두가 되면서 배당 정책에 눈을 뜬 중소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며 "오너 경영이라고 해도 주주환원을 잘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기업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투자 매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cha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