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능력 떨어지는 고령 피해자 다수…대피소 내 감염병 확산 경계해야"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대규모 산불로 터전을 잃은 이재민이 심리적 트라우마와 감염병 등 각종 건강 위험에도 노출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재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의식주를 우선 확보하고 의료 서비스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영남지역에 발생한 동시다발적 산불로 사상자 수십명과 이재민 수만 명이 발생했다. 귀가하지 못한 채 대피소에 남은 이재민도 7천명 가까이 된다.
의료계는 일상을 잃은 이재민이 향후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재난 발생 시 일상으로 복귀가 빠르면 빠를수록 트라우마 발생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산불로 주거 환경 등 생활 기반이 망가지면서 빠른 회복이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당장 일상 회복이 어렵더라도 이재민이 안정적인 의식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이번 산불 피해자 중 고령자가 많은데 고령일수록 변화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임시진료소 등 의료서비스를 확대하고 관심과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이 만성 호흡기 질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승준 일산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산불로 대기 중 발생한 유해 물질은 천식이나 만성 폐 질환자 등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고령자 중엔 폐 기능이 떨어지는 분들이 많아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해 현장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각종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화재로 완전히 파괴된 환경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흙이나 자연환경에 있는 세균 등으로 인한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상수원 훼손으로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경우 수인성 감염병이 유행할 위험이 있다"며 "특히 노인의 경우 탈수 상태에서 감염병 등 각종 질환에 걸리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생수 등 깨끗한 식수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대피소 등 여러 사람이 임시로 생활하는 공간에서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면 걷잡을 수 없다"면서 "자주 환기하고 손이 많이 닿은 곳은 매일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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