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관·희망퇴직 칼바람…'극장의 봄' 찾을 멀티플렉스 전략은

연합뉴스 2025-03-31 00:00:15

"펜데믹 이전 절반 관객수, 이젠 뉴노멀"…작아진 파이 두고 경쟁

단독 개봉작 등으로 차별화…"대대적 흥행작 나오는 게 가장 중요"

CGV 송파점 오늘이 마지막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 쇠퇴로 위기에 직면한 극장가에 최근 1년 사이 폐관과 희망퇴직이 이어지며 칼바람이 더욱더 거세게 불고 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단독 개봉작을 선보이고 관객의 경험에 방점을 찍는 전략으로 활로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문을 닫은 극장은 16개에 달했다. 대한극장 같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은 물론이고 CGV 인천논현점, 롯데시네마 서면점, 메가박스 강남대로점 등 목 좋은 곳에 있는 멀티플렉스 역시 폐관을 면치 못했다.

업계 1위인 CGV는 이달에만 4개 지점의 폐관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이후 두 번째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약 80명이 회사를 떠났다.

CGV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759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는 동남아시아 지점들이 흑자 폭을 늘리고 특별관인 스크린X가 세계적으로 확대된 결과다. 국내에선 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시네마는 베트남 매출의 영향 덕에 간신히 적자를 면했고, 메가박스는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영화관

극장가 위기가 가속하는 것은 엔데믹 이후에도 영화 관객 수가 좀처럼 회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수는 1억2천300만여 명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2억2천600만여 명)의 절반가량이었다. 2023년과 비교해도 201만여 명 감소한 수치다.

반면 인건비와 임대료는 지속해서 오르고 객단가(영화 티켓 1장에 실제로 지불한 값)는 9천702원으로 1만원 선마저 무너졌다.

영화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극장가의 '뉴노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이전 정도의 전성기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콘텐츠를 보는 게 문화로 자리 잡은 이상 2억명 넘게 극장에 오던 시절로 되돌아가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비록 파이는 작아졌더라도, 영화 산업의 가장 중요한 축인 극장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선 새로운 콘텐츠와 사업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단독 개봉작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과 '룩백'

실제로 멀티플렉스 3사는 콘텐츠 다변화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최근에는 단독 개봉작을 선보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다른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를 내세워 관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메가박스는 이달 개봉한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으로 46만여 명을, 작년에는 '룩백'으로 30만명을 동원하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CGV는 '극장판 브레드 이발소: 빵스타의 탄생'으로 26만명을, 롯데시네마는 '페딩턴: 페루에 가다!'로 12만명을 각각 모았다.

K팝 등 공연 실황 영화와 인기 스포츠 생중계도 극장가가 주목하는 콘텐츠다.

CGV가 지난해 단독 개봉한 '임영웅 l 아임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실황 영화로는 최다 관객 수인 35만여 명을 기록하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분야다. 이 밖에도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아이유, 아이브, 에스파 등 팬덤을 거느린 가수들의 공연 실황과 생중계를 앞다퉈 극장에 걸고 있다.

'임영웅 l 아임히어로 더 스타디움' 걸린 극장

'또 오고 싶은 극장'을 만드는 것도 멀티플렉스들이 방점을 찍은 부분이다. 집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관람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해 극장과의 거리감을 좁히겠다는 것이다.

아이맥스(IMAX), 수퍼플렉스, 돌비시네마 등 특별관 상영을 확대하고 전 좌석이 리클라이너로 된 프리미엄관을 선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CGV는 최근 세계 최초로 정면과 양옆, 천장까지 화면이 있는 용산 스크린X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식품업체나 브랜드와 협업해 음식과 음료를 개발하거나 다양한 굿즈를 내놓는 것도 3사의 공통된 전략이다.

그러나 극장이 살아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대적으로 흥행하는 영화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생생한 사운드, 편안한 관람 환경은 이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극장의 본질은 뭐니 뭐니 해도 콘텐츠"라면서 "차별화한 콘텐츠도 중요하겠지만, 500만명 이상이 드는 흥행작이 나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멀티플렉스 관계자 역시 "지난해 극장가가 침체했지만 '파묘'와 '범죄도시 4' 두 편이 천만 영화가 됐다"며 "결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가 있다면 관객은 수고롭더라도 영화관에 온다는 의미"라고 했다.

용산 스크린X관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