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없이 몸만 빠져나온 이재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덜덜'

연합뉴스 2025-03-31 00:00:13

초기엔 여성에게 남성용 속옷·신발 지급

이재민 머무는 대피소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날이 갑자기 추워졌는데 입을 옷이 없니더. 산불 났을 때 입고 나온 게 전부니."

의성에서 시작해 경북 북동부로 번진 '경북산불' 이재민들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영덕은 이날 낮 최고기온이 9도에 불과할 정도로 쌀쌀한 날씨를 보였고 바람도 비교적 강하게 불었다.

이재민 대피소 내에는 훈기가 돌 정도로 난방이 잘 돼서 당장 실내에서 지내기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 고령인 이재민들은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입은 옷 그대로 몸만 빠져나온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낮에 집이나 농경지에 가보려고 해도 두꺼운 옷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덕읍 노물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당장 입을 옷이 없어서 시장에 가서 허름한 외투를 하나 샀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민 대피소인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만난 80대 지품면 주민은 얇은 셔츠에 외투 없이 다녔다.

춥지 않으냐는 질문에 애써 "괜찮다"라고는 했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는 식사나 의료 등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재민이 필요한 물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사례도 종종 보였다.

지품면 수암리에서 온 한 주민은 "25일에는 마을 부녀회 차원에서 단체로 문경에 놀러 갔다가 산불이 번진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왔는데 산불 때문에 길도 막혀서 늦게 도착했다"며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대피소로 와서 다들 입고 있는 옷 하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당장 옷이 필요한데 가져다준 옷이나 신발은 남성용 속옷이나 남성용 280㎜짜리 슬리퍼라서 맞지 않았는데도 우선 그것이라도 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썼다"며 "시간이 지나서야 여성용으로 가져왔다"고 털어놓았다.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