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막판 거래 후 "지켜보겠다"…강북도 대출 규제에 관망세
서울 아파트 2월 거래량 반년 만에 6천건 넘어…전문가 "당분간 관망세 전망"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24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까지 막판 거래가 끝난 뒤 지난 일주일 동안은 완전 개점휴업 상태에요. 전고점보다 낮은 가격의 매물들이 나와 있지만 매수자들의 문의 전화도 거의 없습니다."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지난 24일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 아파트 일대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분위기였다.
매수·매도자 모두 갑작스러운 시장 변화에 일단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 토허제 아파트 거래 '뚝' 끊겨…강동·마포 등 반사이익은 아직
이 가운데 송파구 잠실동은 초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한 만큼 이번 토허제 해제와 재지정 사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토허제 해제후 호가가 32억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29억∼30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토허제 재지정이 결정된 후 지난 주말 27억∼28억원짜리 급매들이 팔려나간 뒤 지금은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췄다"며 "현재 29억∼30억원짜리 매물들이 나와 있는데 거래는 안된다"고 말했다.
잠실의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24일 토허제 재지정 후 매수 문의가 뚝 끊겨서 당분간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를 풀었다 묶기를 반복하는 사이 중개업소는 반짝 거래 증가로 득을 봤지만 당장 매도 계획이 있는 집주인들은 제값에 집을 못 팔게 될까 봐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초구 반포동 일대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곳은 재건축 단지 외엔 허가구역을 경험하지 않은 지역이라 전세 세입자가 있는 집주인이 집을 어떻게 팔아야 하냐고 걱정하는 문의 전화만 걸려 온다"며 "매수 문의도 없지만 급한 매도자도 없어 아직 가격이 내려가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토허제에서 제외돼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강동구·마포구 등지도 대출 규제 여파로 거래가 많이 늘어나진 않은 분위기다.
2만가구가 넘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잠실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호가는 강세지만 아직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잠실이 토허제에서 해제된 직후 잠실과 가까운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도 매매 호가가 최고 28억원까지 올랐고, 매물도 별로 없다"며 "매수 문의는 있는데 가격이 너무 오르다보니 이 가격이면 차라리 잠실로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거래는 잘 안된다"고 말했다.
둔촌동의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도 "잠실 토허제 해제 때 가격이 많이 올라 최근 일주일동안 호가를 더 올리거나 매물을 추가로 거둬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새 아파트라서 직접 실입주하려는 집주인들도 많고, 매수자들은 대출 규제 때문에 생각보다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는 강남3구와 용산구가 토허제로 묶인 이후 일주일간 4∼5개 정도가 거래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다만 매매가가 추가로 오르는 분위기는 아니다.
아현동의 공인중개사는 "이미 살던 집이 팔려서 이사를 와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집을 샀고, 대출 규제 때문에 전세를 끼고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하는 갭투자 수요는 줄었다"며 "전용 84㎡의 실거래가가 21억원을 넘은 상태라 호가 상승세는 주춤하다"고 말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은 매수세가 뚝 끊기는 등 대출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4일 이후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대출 규제 때문에 돈 빌리기가 힘들어지거나 향후 집값 하락을 우려해 관망하고 있다"며 "이곳은 시세차익이 높지 않아서인지 반사이익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 서울 아파트 3월 거래량 늘지만…대출 규제 겹쳐 관망세 이어질 듯
토허제 해제와 재지정 등 오락가락 행정에 시장이 요동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두 달 연속해서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30일까지 신고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계약일 기준)는 총 6천141건을 기록해 지난해 8월(6천531건)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6천건을 넘었다.
특히 강남구의 2월 거래량은 562건으로, 전월(202건)의 약 2.8배로 늘었다. 송파구의 2월 거래량은 강남구보다 많은 612건으로, 전월(323건) 거래량의 2배에 육박했다.
강남 토허제가 일시 풀렸던 3월도 거래량 증가가 예상된다. 3월 계약건은 거래신고 기간이 다음 달 말까지인제 이미 현재까지 신고건수가 4천751건에 달해 2월 거래량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서울시의 토허제 재지정 결정 이후에는 거래가 급감해 최종 신고 건수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토허제 충격에도 매매가격이 크게 떨어지진 않겠지만 거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당국이 대출 관리를 강화한 데다 7월부터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도 예정돼 있어 돈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대출 규제에 민감한 강북지역 중저가 아파트는 거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허가구역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액 자산가들의 블루칩 아파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거 프리미엄이 높은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겠지만 대출 영향이 큰 강북은 다르다"라며 "정국 불안과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당분간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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