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직후 충돌방지 시스템으로 감지, 참사 모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 1월 군용 헬기와 여객기가 충돌해 수십명의 희생자를 낸 미국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주변에서 29일(현지시간) 여객기와 군용기가 근접 비행한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미 CNN,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은 전날 미 공군 T-38 탤론 전투기가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향해 날아가던 때에 미니애폴리스행 델타 항공 여객기가 공항 이륙 허가를 받았다며,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델타 여객기는 오후 2시 55분께 게이트를 출발했으며, 조종실은 오후 3시 15분께 관제실에서 이륙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륙 직후 여객기 시스템이 인근 다른 항공기를 감지, 교통 충돌 방지 시스템 경고를 받았다. 경보 시스템은 주변에 항공기가 너무 가까이 있을 때 한 대는 상승, 한대는 하강하도록 지시해 공중 충돌을 막도록 설계됐다.
이후 관제실은 여객기와 전투기 모두에 시정 지시를 내렸다.
CNN은 항공교통관제 실시간 오디오 스트리밍 사이트 'LiveATC.net'를 인용, 여객기 파일럿이 관제사에게 "이륙할 때…우리 아래 약 500피트(약 152m)에 실제 항공기가 있었는가"라고 묻자 관제사가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승무원 5명, 승객 131명을 태운 여객기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전투기는 버지니아주 랭글리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목적지에 착륙했다.
델타 측은 파일럿이 지시에 따라 항공기 조종 절차를 이행했다며, 비행 검토에 있어 규제 당국 등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에이미 클로부셔(미네소타·민주)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평가하며 "왜 군 항공기가 미세소타 주민들로 가득 찬 여객기 500피트 아래를 날고 있었는가"라며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1월 29일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훈련 중이던 미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가 충돌해 67명이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생했다.
FAA는 이후 레이건 공항 일대에 비필수적인 목적의 헬기 비행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등 안전 강화 규정을 마련했으나, 또 한 번 참사로 이어질 뻔한 것이다.
최근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2021∼2024년 발생한 여객기와 헬기 사이에 발생한 아슬아슬한 상황이 1만5천건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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