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헬기 비중 66%, 매년 늘어…재정 자립도 열악한 지자체가 비용 부담
임차비만 79억 쏟는 강원 "가뜩이나 산지도 많은데 진화는 지자체 소관이라니"
고동진 국회의원 '산불헬기 의무지원법' 발의…'전부 또는 일부 지원' 규정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경상권 산불을 계기로 지자체들이 부담하는 임차헬기 비용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중화·대형화하는 산불 대응에 있어서 초동진화의 핵심 전력인 지자체 임차헬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산불 진화는 지자체 소관이라는 이유로 단 한 푼도 임차비를 국비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국유림을 포함한 산지가 많아 재정 자립도가 열악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가 산불 예방·진화에 더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불평등한 구조여서 산불 진화를 국가적 사무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전국 지자체 임차헬기 비중 66%…초동진화 핵심인데 국비 지원 안 돼
30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산불 진화를 위해 올해 배치된 진화헬기는 산림청 41대(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 수급 어려워 전력에서 제외)와 전국 지자체 임차헬기 78대 등 총 119대다.
지자체 임차 헬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66%나 된다. 2023년 60%보다 임차헬기의 비중은 더 늘었다.
26년 전인 1997년 14대에 불과했던 지자체 임차 헬기는 산불이 대형화하고 사회적 비용도 막대해지면서 증가추세를 보인다. 특히 2022년 3월 동해안 대산불을 겪고 나서는 74대로 크게 늘었다.
지자체별로는 경북 19대, 경기 16대, 전남 9대, 강원 8대, 경남 7대, 충남 5대, 대구 4대, 충북 4대, 전북·부산 각 2대, 인천·울산 각 1대 등이다.
물론 국가 재난에 준하는 대형 산불 발생 시 소방 31대, 군부대 35대 등의 헬기가 여건에 따라 추가 투입되지만 상시 전력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자체 임차헬기는 해당 지역에 전진 배치돼 있기 때문에 초동진화의 핵심 전력이다.
첫 신고부터 현장 도착 후 물 투하까지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은 '임차 헬기 30분, 산림청 헬기 50분'이다.
그만큼 산불 현장 가장 가까이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지자체 임차 헬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 산지 많아 재정도 열악한데…산불 진화는 지자체 소관이라니
백두대간을 비롯한 산지가 많은 지자체일수록 산불 예방과 진화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다. 주민들은 해마다 산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산림통계 시스템을 보면 강원의 산림 면적은 136만6천644㏊로 국토 면적의 21.6%를 차지한다. 이어 경북 133만3천691㏊(21.2%), 경남 69만8천810㏊(11.1%), 전남 68만6천852㏊(10.9%), 부산 3만4천926㏊(0.8%), 서울 1만5천323(0.2%) 등이다.
강원은 도내 총면적(2만569㎢)의 81.4%인 1만3천735.9㎢가 임야다. 반면 재정 자립도는 29.4%로 타 시도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올해 봄철 대형 산불에 대비하기 위한 진화헬기 8대의 임차비용에만 79억원을 쏟아부었다.
해마다 느는 헬기 임차료를 재정 형편이 열악한 도와 시군이 3 대 7 비율로 100% 부담한다.
도는 대형화·연중화하는 산불이 국가적 재난 양상을 보이는 만큼 진화헬기 임차료만이라도 국비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산불 진화는 지자체 소관이라는 이유로 기획재정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남을 휩쓴 역대 최악의 산불을 계기로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국비 지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원도 소속 임차헬기 1대가 경상권 산불 진화 지원에 나섰다가 추락해 70대 베테랑 기장 1명이 사망한 사고가 지자체의 열악한 현실을 직면하게 한 전환점이 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회의원(서울 강남구병)은 '산불 헬기 도입 의무지원법'을 지난달 28일 국회에 제출했다.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의 경우 산불 헬기의 구매가 아닌 임차비용마저 부족해 각 지역의 대형 산불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인식에서다.
법안은 임차헬기의 구매 또는 임차 비용과 부품 교체·정비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고동진 의원은 "산불과 같은 재난은 신속한 대응이 가장 중요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선 관련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민 안전에 대한 재정지원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진화헬기 비용 국고 지원 시 국가와 지자체간 산불 진화 공조 체계를 더 공고히 해 산불 피해 최소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