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안정적 증가…SOR 지정주문 배분 비중 점차 확대
프리·애프터마켓 거래 비중 16%대 불과…기관·외국인 참여는 미미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한 달을 앞둔 가운데 거래 종목이 단계적으로 추가되며 거래대금도 안정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의 거래소로 주식 주문을 자동으로 전송하는 SOR(자동주문전송시스템) 주문에서 넥스트레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차츰 커지고 있어 거래소 간 경쟁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넥스트레이드 거래가 기존 주식 거래 시간이었던 정규 시장에 치중돼있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참여는 사실상 없다는 점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 종목당 거래대금 안정적 증가…정규시장 거래 비중 83%
30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출범 4주차(24~28일) 일평균 거래대금은 2조346억원으로 집계됐다.
출범 1~2주차(4~14일) 155억원, 3주차(17~21일) 1천351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언뜻 보면 1~2주차에 비해 4주차 거래대금이 약 131배 급증하며 시장이 과열된 것처럼 보이나, 거래대금의 급증세는 거래종목이 10개→110개→350개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종목당 평균 거래대금으로 비교해보면 1~2주차 15억5천만원, 3주차 12억2천만원, 4주차 58억2천만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1주차 '출범 효과'가 사라진 후 2~3주차에 거래가 차츰 안정됐고, 4주차부터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종목이 거래되기 시작하며 거래대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 종목이 늘어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거래가 활발해지는 모습"이라며 "지나친 과열 양상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데 이 정도면 안정적인 증가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출·퇴근길 주식 거래는 아직 활발하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 28일까지 넥스트레이드 전체 거래대금에서 정규시장(오전 9시~오후 3시20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83.2%로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 8.0%), 애프터마켓(오후 3시30분~8시, 8.8%)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대해 넥스트레이드 측은 프리·애프터마켓의 거래대금 비중은 16%대지만, 이 시간대 거래를 한 누적 계좌 수는 정규시장 대비 30% 안팎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투자자들이 확대된 거래 시간에 대해 적응 기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거래소 경쟁 체제가 됐다는 점이 가장 의미가 있기에 (한국거래소와 같은 시간에 운영되는) 정규 시간에 거래가 집중된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되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SOR 지정주문에서 넥스트레이드 비중 점차 확대…경쟁 체제 본격화
국내 주요 증권사 3곳(미래에셋증권·KB증권·NH투자증권)에서 지난 4일부터 25일까지 이뤄진 SOR 지정 주문 중 53.9%는 한국거래소로, 46.1%는 넥스트레이드로 전송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가 거래소를 따로 지정하지 않고 주식 매매 주문을 낸다면 SOR에 의해 증권사가 가격, 수수료 및 비용, 주문 규모 및 매매체결 가능성 등을 비교하고 고객에게 유리한 거래소를 판단한 후 주문을 전송하게 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SOR 지정 주문 중 넥스트레이드로 배분되는 건수가 최근 들어 조금 더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배철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SOR 주문에서 넥스트레이드로 가는 건수가 많아지는 듯 보인다"며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호가나 물량, 수수료 등 여러 요인을 다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한국거래소의 거래대금이 줄어든 것도 넥스트레이드가 점차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주(17~21일) 한국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은 19조7천791억원인데, 이번 주(24~28일)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779억원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불확실성, 공매도 재개 등 경계감에 주식 거래대금이 전반적으로 줄었다면서도 "대체거래소의 거래종목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의 거래대금을 일정 부분 흡수한 영향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추후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하는 증권사가 많아지면 두 거래소 간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더 높은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에 수수료 인하 압박이 커질 수 있다.
◇ 프리마켓 주가 급변동에 금융당국 주시…기관·외국인 참여 사실상 '제로'
다만 프리마켓의 적은 거래량 탓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넥스트레이드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넥스트레이드는 프리마켓에서 단일가 매매가 아닌 접속매매 방식을 채택해 호가를 제출하면 해당 가격에 즉시 체결될 수 있다.
이에 프리마켓 개장 직후 소량의 단수 주문만으로 최초 가격이 상한가와 하한가로 형성된 이후 정상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가 프리·애프터마켓에 익숙해지며 거래량이 충분히 늘어나기 전까지라도 단일가 매매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가격 이상징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교란 행위 등에는 조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넥스트레이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 투자자에 치중된 구조를 깨고 외국인·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이끌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대체거래소 거래의 약 98%(거래대금 기준)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기관 투자자가 주로 이용하는 대량·바스켓매매 시장이 오는 31일부터 개장되는 만큼 시장 투자자가 점차 다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당초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4일 출범과 함께 대량·바스켓매매 시장을 열 계획이었으나 시스템 관련 미비점이 발견돼 운영을 보류한 바 있다.
신민섭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 종목이 늘어나고 대량 바스켓 매매가 도입돼도 급격하게 다양한 투자자가 유입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넥스트레이드 출범의 효과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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