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공동설계로 상생 가능할까…HD현대·한화오션 입장차 여전

연합뉴스 2025-03-30 08:00:02

HD현대 "기본설계 수행한 자사와 주계약…한화오션은 협력사로 참여"

한화오션 "공동계약 후 공동으로 상세설계…선도함 2척, 분할 건조"

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기본설계 완료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조선업계 라이벌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과열 경쟁으로 표류하는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두 업체 간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KDDX 상세설계에 두 업체가 모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양측의 간극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사와 수의계약을 전제로 한화오션이 협력업체로 상세설계 일부 영역에 참여하는 상생협력 방안을 제시했으나,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로 참여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고 두 업체가 대응한 입장에서 공동계약 후 공동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7조8천억원 투입 KDDX…HD현대·한화오션 과열경쟁에 전력화 지연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이지스구축함 사업이다. 총 6척을 건조할 계획으로 사업비는 7조8천억원에 달한다.

당초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지난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함정 업계 양대 산맥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으로 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됐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전력을 고려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방사청은 지난 17일 사업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관련 ▲ 수의계약 ▲ 경쟁입찰 ▲ 양사 공동개발 등 3가지 사업 방식을 놓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27일 열린 분과위에선 KDDX 안건이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내달 초 열리는 분과위에도 KDDX는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는다.

방사청 관계자는 "두 업체와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한 후 내달 중순께 열리는 분과위에서 KDDX 안건을 논의한 후 내달 하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 방식을 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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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치 보는 방사청…사업방식 결정 못 내리고 '갈팡질팡'

방사청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 방식을 수의계약 혹은 경쟁입찰로 결정하면 두 업체 중 한 곳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의계약으로 정하면 상세설계 전 단계인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이 그동안의 관행에 따라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쟁입찰로 정하면 HD현대중공업은 기밀유출 건으로 방사청 사업입찰에서 보안감점(1.8점)을 받기 때문에 한화오션에 유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두 업체가 모두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에 참여하고 나머지 5척도 두 업체가 적절한 비율로 나눠 가지는 상생협력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나, 이를 놓고도 양측은 견해차를 보인다.

핵심 쟁점은 두 업체가 대응한 위치에서 공동 상세설계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다.

한화오션은 두 업체가 방사청과 공동계약 후 공동으로 상세설계를 수행하고 2척의 선도함(1·2번함)을 분할 건조하는 방안을,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자사가 수의계약으로 주계약자가 되고, 한화오션은 협력업체로 상세설계 일부 영역에 참여하는 방안을 각각 상생협력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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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등한 위치에서 공동 상세설계 가능한지가 핵심 쟁점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방사청과 각각 계약을 주장하나, 1개 사업에 2개 업체가 각각 계약할 수 있는 법규가 없고 범위를 인위적으로 나누기도 어렵다"며 "한화오션이 상세설계 일부 영역에 참가하되, 나중에 시험평가 때 성능 검증에 책임소재가 따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자사의 상생협력 방안을 설명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자사의 공동설계 방안에 대해 "양대 조선사의 협력과 기술력 결집으로 최고 수준의 함정 설계 및 건조 역량 강화가 가능하다"며 "2012년 장보고-Ⅲ 배치-Ⅰ 공동설계 당시 제3의 장소에서 양사의 인원이 한곳에 모여 공동설계를 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신속하게 회의 등을 통해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보고-Ⅲ 배치-Ⅰ 사업 때는 기본설계를 두 업체가 공동으로 수행하고, 상세설계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했다.

KDDX 건조 능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는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업체의 자존심 싸움으로 사업 방식 결정이 지연되고 있어 방사청이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상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청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중재안 마련을 위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측과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환석 방사청 차장은 최근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에 이어 어성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사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지난달 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보낸 서신에서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주변국은 해군력을 지속 증강하는 등 엄중한 현 안보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양 총장이 KDDX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두 업체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KDDX 사업 방식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