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 지리산 산불 현장 조사
(산청=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경남 산청 지리산 산불의 주불 진화가 지지부진한 주요 원인은 식생과 지형 등 환경적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전날 밤 지리산권역에 투입돼 밤샘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산불 현장의 하층부에는 조릿대, 진달래 등이, 중·상층부에는 굴참나무와 소나무 등이 고밀도로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헬기가 공중에서 투하한 진화용수가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또 낙엽층 깊이는 최대 100㎝이고 그 무게는 ㏊ 당 300∼400t에 달했다. 산불은 낙엽층을 연료 삼아 확산하는 '지중화' 양상을 보였다.
낙엽층 내부로 불씨가 침투하면서 재발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경사도가 40도에 달할 정도로 급하고 진입로가 없어 공중진화대, 특수진화대, 고성능 산불 진화차 등 인력 및 장비 투입이 여의찮았다.
산림청은 지형·기상에 따른 산불 행동 패턴 연구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초기 확산 방지를 위한 대용량 진화 헬기 및 고성능 진화 차량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생육 시기별로 적절한 수목 밀도 조절, 숲 가꾸기 등으로 산림 내 연료 물질 제거 및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진화인력 신속 접근을 위한 임도 개설 확대 및 산불 대응 고도화를 위한 전문진화대 인력 양성 및 교육 확대도 이뤄져야 하는 지적도 나온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급경사지와 고밀도 숲 구조로 인해 효과적 진화가 어렵고 진입로가 없어 장비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출과 동시에 헬기를 투입하고 지상에는 정예 인력을 투입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9일째로 접어든 산청 산불 진화율은 오후 3시 기준 99%로 집계됐다.
전날 산림 당국은 하동권 주불 진화를 완료하며 마지막 화선이 형성된 지리산 권역 방어선 구축을 강화하고 인력·장비를 집중 배치해 진화작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일몰 전 주불 완전 진화에 실패하며 야간 대응에 돌입했다.
산림 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헬기 55대와 인력 1천598명, 차량 224대를 투입해 주불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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