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 이어 흑우…임금 진상품 '제주흑우' 명품브랜드로 키운다

연합뉴스 2025-03-29 12:00:02

멸종위기 넘어 제주 특산품으로…2030년 사육두수 4천마리 목표

천연기념물 제주흑우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를 대표하는 가축 하면 대개 '흑돼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전신의 털이 검은색인 소 '제주흑우'도 있다.

제주도는 제주만이 가진 가축유전자원인 제주흑우를 지역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 맛 일품, 과거 임금에 진상되기도…멸종위기 넘어 제주 특산품으로

제주흑우는 조선왕조실록 등 옛 문헌에 등장할 정도로 오랫동안 제주에서 사육됐다.

제주흑우 고기는 과거 임금에게 진상됐으며, 나라의 주요 제사 때도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세종실록에는 제주흑우 고기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삼명일(임금 생일, 정월 초하루, 동지)에 정규 진상품으로 공출됐다는 기록이 있다.

1702년 제주목사 이형상이 제주를 순회하면서 제작한 탐라순력도에는 제주흑우 763마리가 사육됐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1964년 김환경 동아대 교수가 제주지역 한우 실태를 조사한 결과 흑색한우 비율이 19.3%였다고 기록돼, 이를 토대로 당시 제주에 흑우가 1만여마리 사육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제주흑우는 한때 멸종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한우에서 제외됐으며, 몸집이 작고 육량(肉量)이 적은 탓에 1980년대 육량 위주의 소 산업 정책 속 농가 외면을 받아 개체수가 수십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줄었다.

제주흑우가 도태 위기에 처하자 도는 1992∼1993년 도 전역을 수소문해 제주흑우 10마리를 수집, 사육하는 등 보존에 나섰다.

이어 제주흑우를 축산법에 따른 보호종으로 고시해 다른 지방으로의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증식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육두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제주흑우가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칡소, 내륙 흑우, 백우와 함께 한우 품종의 계통으로 공식 등록됐으며 2013년에는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다.

제주흑우가 예로부터 명품 대접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 고기 맛이 좋기 때문이다.

축산과학원이 2004년 제주흑우 고기의 지방산 성분을 분석한 결과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올레산·리놀산과 불포화지방산은 일반 한우보다 높고 포화지방산은 낮게 나타났다. 또한 시식회를 통한 육질 평가에서는 향미, 연도, 다즙성 등이 좋다는 반응이 94.5%를 차지했다.

지난 2020년에는 제주흑우가 일본 와규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글루타민, 올레산 함량이 높다는 제주대 제주흑우연구센터의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 저널에 논문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제주흑우 해체 쇼

◇ 현재 1천498마리 사육, 2030년 4천마리 목표…"명품 브랜드로 육성"

한때 멸종 위기에 놓이기도 했던 제주흑우는 여러 노력 끝에 개체 수가 늘어 지난해 말 기준 총 1천498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흑우를 지역 명품 브랜드로 키워 흑돼지에 버금가는 대표 먹거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제주흑우는 일반 한우에 비해 몸집이 작고 사육 기간도 6개월 더 걸리는 탓에 경제성이 낮아 사육두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도는 제주흑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해 '향토자원 제주흑우 브랜드 육성 전략'을 수립하면서 2030년 사육두수를 4천마리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근에는 제주흑우 산업화에 필요한 구체적 사항이 담긴 제주도 흑우 보호·육성 및 산업화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공포했다.

이번 개정으로 흑우발전위원회 위원장을 기존 축산생명연구원장에서 정무부지사로 격상했다.

유통·판매 분야에 대한 전략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대응하는 마케팅을 추진하기 위해 흑우발전위원회에 축산물 유통·판매 관련 전문가를 위촉할 수 있는 관련 근거도 추가로 신설했다.

또한 흑우 개량 가속화를 위해 육종농장을 지정하고, 지정된 육종농장에 번식·사양관리 등 위탁사육에 필요한 경영비를 지원해 암소 개량과 우수 능력의 종모우(씨수소)를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육종농장은 질병 검진, 친자감별 및 혈통정보 관리, 능력검정 등을 통해 후보 종모축을 생산하고 흑우 개량을 가속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농장을 말한다.

아울러 흑우 사육으로 인한 소득 안정과 사육 규모 확대를 위해 흑우소득보전직접지불금 사업 재정지원에 대한 사항을 구체화해 규정함으로써 흑우 사육 농가에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도는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제주흑우가 지역 명품 브랜드로 육성될 수 있는 여건이 한층 강화되고, 관련 기관·단체별 역할 조율과 체계적인 분담을 통해 제주흑우 산업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수립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 한·흑우 경진대회

ato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