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안동·청송 등 피해 잇달아…누적 국가유산 피해 27건
의성 관덕동 불상, '전소'→'훼손 추정'…"석재·목재·흙 섞인 잔해만 남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영남권을 휩쓴 산불의 영향으로 경북 의성, 안동, 청송 등에서 국가유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8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산불 사태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 사례가 총 27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집계치(23건)보다 4건 더 늘었다.
추가로 확인된 사례를 보면 안동 길안면에 있던 조선 후기 정자인 약계정이 화마를 이기지 못하고 전소됐다.
약계정은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 건물로, 자연 그대로의 돌을 이용해 기초를 다지고 기둥을 올린 형태다. 1985년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약계정은 과거 홍수에 떠내려가 없어졌다가 1897년 옮겨 지었고 임하댐 건설로 1989년 지금 자리로 다시 옮겨왔다고 한다.
거센 불길이 한 차례 휩쓸고 갔던 청송에서는 경상북도 민속문화유산인 기곡재사, 문화유산자료인 병보재사가 불에 타 전소됐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재사는 조상의 묘소를 수호하고 시제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을 뜻한다. 두 건물은 조선 후기 재사 기능과 특징을 잘 간직한 유산으로 평가받았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의성군 만장사 석조여래좌상은 곳곳에서 불길이 이어지며 불상 일부가 그을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전날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인 '의성 관덕동 석조보살좌상'이 전소됐다고 설명했다가 뒤늦게 "훼손이 추정된다"며 번복했다.
관덕리의 3층 석탑과 함께 있는 이 불상은 갸름한 얼굴, 신체의 안정감, 부드러운 굴곡 등 조형적 특징을 볼 때 통일신라 불상을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은 "석조여래좌상은 보호각 안에 보관돼 왔다. 지난 27일 현장 조사 당시 석재와 목재, 흙이 뒤섞여 잔해만 남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불상에는 열기가 남아 있어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피해 현황 정보를 수정한 것과 관련해 "석재 잔해는 불상으로 추정되나 불확실하다"며 "맨눈으로 봤을 때 불상 형태가 (산불로)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불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안전상 문제 등으로 세부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피해 현황 집계는 지자체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고 해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영양·영덕 지역의 석탑 등에 방염포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산불 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28명, 중상 9명, 경상 28명 등 65명에 이른다.
이번 산불로 산림 4만8천150㏊ 규모, 즉 서울 면적(6만523㏊)의 80%에 달하는 지역이 피해를 봤으며 이재민 3만3천여명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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