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링 인기곡 9년만 99곡→29곡 감소…"'쇼미더머니' 종영 영향"
팝스타 피처링은 여전한 강세…"홍보 목적 피처링은 감소 추세"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한때 음원 차트 '흥행 공식'처럼 여겨졌던 피처링 전략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기를 끄는 피처링 곡의 숫자는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K팝 가수와 해외 아티스트의 협업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김진우 음악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가 써클차트의 2015∼2024년 연간차트 상위 400곡을 연도별로 조사한 결과 피처링을 활용한 노래는 2015년 99곡에서 2020년 44곡, 2024년 29곡으로 줄었다.
피처링은 한 가수가 다른 가수의 곡 작업에 참여해 노래나 연주를 맡는 것을 의미한다. 곡에 색다른 매력을 더할 수 있어 가요계에서는 오랜 기간 검증된 '성공 공식'처럼 쓰였다.
신용재가 피처링한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는 2017년 연간 써클차트 5위를 차지했다. 팝스타 할시가 피처링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2019년 5위, BTS 슈가가 참여한 아이유의 '에잇'은 2020년 6위에 올랐다.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피처링 곡의 수가 줄어든 주요한 까닭으로는 엠넷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종영과 힙합 장르의 하락세가 거론된다.
힙합 장르는 다수 래퍼가 협업하거나 랩을 바탕으로 후렴구에 가수의 피처링을 추가하는 노래가 많은데, 힙합의 대중적인 인기를 견인했던 '쇼미더머니'가 하락세를 보이자 차트에 진입하는 피처링 곡의 수 또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써클차트 2015∼2024년 연간차트를 살펴보면 힙합, 알앤비(R&B) 장르 가수들이 피처링 곡에 다수 참여하는 경향을 보였다.
래퍼 박재범이 피처링한 노래가 11곡으로 가장 많았고, 10곡에 참여한 빈지노와 각각 9곡에 참여한 자이언티·지코·로꼬가 그 뒤를 이었다. 빈지노를 제외하면 모두 '쇼미더머니'에 출연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 저널리스트는 "통상 12월은 음원 시장에서 비수기로 불리는 시기인데 연말에 방영되던 '쇼미더머니'는 차트에 다수의 곡을 진입시키며 약세를 보완해줬다"며 "코로나19 유행을 전후로 댄스 장르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며 힙합곡의 공급도 함께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K팝 시장의 주류가 변화한 뒤에도 피처링은 여전히 유효한 흥행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K팝 아티스트와 팝스타가 피처링하는 사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8일 기준 멜론 차트 '톱 100' 1위에 올라 있는 지드래곤의 '투 배드'(TOO BAD)의 경우 앤더슨 팩이 피처링했다. 래퍼 이영지의 경우 그룹 엑소 디오가 피처링한 '스몰 걸'(Small Girl)로 지난해 6월 멜론 '톱 100'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블랙핑크 제니는 신보에서 팝스타 두아 리파와 협업해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에 진입했다. 리사의 경우 도자 캣, 레이를 비롯해 라틴 팝을 구사하는 로살리아와 협업해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여성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과 알앤비(R&B) 가수 미구엘이 각각 트와이스와 BTS 제이홉의 곡을 피처링하는 등 해외 가수의 면면도 다양해지고 있다.
K팝 가수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해외 팝스타와의 협업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2010년대 K팝이 해외 시장 진입을 시도하던 당시에는 피처링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이려는 성격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K팝 가수의 영향력이 늘어난 지금은 팝스타와의 협업이 상호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보고 있다.
K팝 가수는 해외 아티스트 참여로 곡의 완성도를 높이고, 해외 가수는 협업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파급효과를 노리게 된 것이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팝스타의 피처링으로 해외 팬을 끌어오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해외에 가수를 홍보하려는 경우보다는 곡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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