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연합(EU) 바깥인 알바니아에 건설한 이주민 수용소의 용도를 변경해 추방 대상자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28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각 회의를 열어 추방이 확정된 이주민을 알바니아 수용소에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령을 채택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이번 결정으로 즉시 수용소를 재가동할 수 있게 됐다"며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2023년 11월 알바니아와 이주민 협정을 맺고 알바니아 북부 셴진 항구와 인근 자더르 지역에 이주민 수용소 2곳을 건설했다.
원래 계획에 따르면 이탈리아 해상에서 구조된 이주민을 셴진 수용소로 보내 망명 심사를 진행하고, 심사가 기각되면 자더르 수용소를 통해 출신국으로 돌려보낸다는 구상이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알바니아 모델'이 수년간 EU를 괴롭혀온 불법 이주민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EU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알바니아가 EU 비회원국이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직접 추방할 때보다 법적,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제3국에 아웃소싱하는 방식의 이 모델에 관심을 보인 유럽 국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1월에 이탈리아 법원이 정부의 이런 정책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또한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이 정책이 EU 법규 위반인지 여부를 심사해달라고 제청했다.
법원의 벽에 가로막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알바니아 이주민 수용소가 텅텅 비게 되고, ECJ의 판결이 나오는 5∼6월까지 개점휴업 상태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이탈리아 정부는 이에 대응해 수용소의 용도를 변경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여전히 법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야당과 인권 단체들은 정부가 법적 문제를 무시하고 실효성이 없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 '비바 이탈리아'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멜로니 정부의 선전용 프로젝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제1야당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유럽법을 무시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정책 변화라기보다 멜로니 정부가 '알바니아 모델'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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