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트럼프' 밀레이 "예산 톱질, 美와 영감 공유"

연합뉴스 2025-03-29 04:00:02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서 머스크 정부효율부 업무 '호평'

머스크(왼쪽)에게 전기톱 건네는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료주의 혁파 및 예산 절감 분야에서 상호 피드백하며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온라인으로 공개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전기톱 개혁'을 미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전기톱이 인류의 새로운 황금기를 의미하는 상징이 됐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전기톱은 2023년 12월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취임한 밀레이가 '경제를 좀 먹는 만연한 포퓰리즘과 관료주의를 일거에 잘라내겠다'는 의미로 들고나온 기구다.

밀레이 대통령은 "법을 지켜가면서 국정을 운영하라"는 의회와 노조 반발 속에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줄이고 4만명 이상의 공무원을 해고했으며, 각종 보조금을 삭감하고 신규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를 대거 백지화했다.

이를 통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극적으로 낮아졌고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관세 행정명령 서명본 들어보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달 미국 보수정치행사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지휘하는 일론 머스크에게 전기톱을 건네는 퍼포먼스를 보여 다시 한번 미 정가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밀레이는 WP에 "미국 정부와 끊임없는 피드백 루프(고리)가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국정을 운영하면서 역학관계가 복잡해지는 상황은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머스크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페데리코 스투르세네헤르 규제 완화·개혁부장관은 "영감은 양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밀레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후 머스크 입장에서도 국가가 이런 종류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밀레이 정책에 항의하는 아르헨티나 시위대와 충돌하는 경찰

다만, 전기톱이 지나치게 깊게 들어오면서 생긴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WP는 짚었다.

밀레이 예산 삭감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은퇴 예정자와 사회 취약계층, 학생 등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강경 진압 태세를 보이는 경찰과 충돌하면서 사회적 긴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이는 그러나 인터뷰에서 시위대를 "좌파 정치꾼들이 고용한 유료 용병"이라고 낙인찍으면서 "우리 공권력이 흠잡을 데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설적인 언변, 괴짜 같은 외모, 사진 촬영 시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태도 등이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밀레이는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선언과 '워크'(Woke·깨어있음이라는 의미로 좌파 어젠다를 뜻함) 문화 근절 등 정책 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와의 친밀감'은 적어도 재정적인 면에선 아르헨티나에 별다른 이점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예컨대 아르헨티나는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다.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연락하지는 않는다면서 "때때로 머스크와 엑스(X·옛 트위터)로 소통하지만, 정상 간 접촉은 공식 채널을 통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언급했다.

'그런 측면에선 관료주의가 때론 효과적일 수 있느냐'는 WP 질의에 밀레이는 "그런 것 같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