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정부, '대통령 정적' 부통령 가택연금 확인

연합뉴스 2025-03-29 02:00:04

남수단 정부, '대통령 정적' 부통령 가택연금 확인

유엔총장 "내전 위험" 경고…케냐 대통령, 특사 파견

남수단의 살바 키르(왼쪽) 대통령과 리크 마차르(오른쪽) 부통령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수단 정부가 28일(현지시간) 살바 키르 대통령의 정적인 리크 마차르 부통령의 가택연금을 공식 확인했다.

마이클 마쿠에이 루에스 남수단 공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키르 대통령이 헌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으로 마차르 부통령의 가택연금을 지시했다"며 대중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반군 지도자 출신인 마차르 부통령이 이끄는 수단인민해방운동-야권(SPLM-IO)에 따르면 마차르 부통령은 지난 26일 수도 주바의 관저에서 가택연금됐다.

SPLM-IO 대외관계위원장 리스 무옥 탕은 마차르 부통령이 이달 동북부 어퍼나일주 나시르 카운티에서 정부군과 충돌한 백군 민병대를 지원한 혐의로 아내와 함께 자택에 구금됐다며 이는 "2018년 평화협정의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마차르 부통령의 가택연금 소식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평화협정이 파기되고 남수단이 내전으로 빠져들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역내 국가연합체인 동아프리카경제공동체(EAC) 의장인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이날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를 남수단 주바에 특사로 보내 중재에 나섰다.

루토 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키르 대통령과 전화 통화,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와 협의를 거쳐 특사 파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SPLM-IO의 팔 마이 뎅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오딩가 특사 파견은 "상황 완화에 부합하는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관련 당사자에게 대화 재개를 촉구하면서 연립 정부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은 남수단의 긴장 고조에 현지에 파견한 직원을 일시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남수단 주재 노르웨이와 독일 대사관은 앞서 문을 닫았고, 미국과 영국 대사관은 최소한의 인력만 남긴 채 자국민에게 출국을 권고했다.

키르 대통령은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이래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치를 예정이던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2년 후로 미루고 평화협정에서 합의한 과도기적 통치 기간을 또 한 번 연장했다.

이어 지난 4일 이후 부통령 측 장관과 군 장성 20여명을 잇달아 체포하고 부통령 관저 주변에 정부군을 배치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최근 다시 불거졌다.

어퍼나일주에서 마차르 부통령에게 충성하는 민병대와 정부군의 무력 충돌 끝에 지난 7일 유엔 헬기가 공격받아 유엔평화유지군 승무원 1명과 정부군 여러 명이 사망하자 정부군은 현지 주민에게 소개령을 내리고 공습에 나서기도 했다.

마차르 부통령과 SPLM-IO는 백군 민병대와의 관계를 부인한다.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