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불매운동 확산 조짐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통상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독일 시민 절반 이상은 앞으로 미국산 제품을 살 생각이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따르면 조사기관 유고브의 설문에서 응답자의 53%가 미국산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고 싶다고 답했다. 계속 사겠다는 답변은 34%에 그쳤다.
미국산을 안 사겠다는 응답자의 48%는 관세정책 등 정치적 이유를 들었다. 44%는 유럽의 보복관세 등으로 미국산 물건값이 비싸지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37%는 미국으로 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설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하기 직전인 이달 24∼26일 했다.
유럽에서는 트럼프 최측근 일론 머스크의 정치개입 논란으로 테슬라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여기에 그린란드 병합 발언, 고율관세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반감이 커지면서 불매운동이 번질 조짐이다.
그린란드 소유권을 두고 미국과 갈등 중인 덴마크에서는 연기금이 테슬라 주식을 투자처에서 제외하는가 하면 유럽산 제품에 검정 별을 표시해 구분하는 슈퍼마켓도 등장했다. 소셜미디어 레딧의 한 포럼에서는 19만4천여명이 참여해 미국산과 유럽산 제품 구분법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의사 표시를 넘어 미국 경제에 실질적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식료품과 일상용품 등 불매운동의 우선 표적이 되는 부문은 애초에 미국산 비중이 크지 않다. 미국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검색엔진이나 소셜미디어·메신저 등 디지털 분야는 대체재가 딱히 없다.
오스트리아경제연구소(WIFO)의 하랄트 오버호퍼는 "농업은 미국과 유럽의 무역관계에서 중요한 분야가 아니다"라며 "미국산 컴퓨터 운영체제를 중국산으로 바꾸면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그게 우리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독일 매체 포쿠스는 "미국 플랫폼 레딧에서 불매운동이 조직되는 게 아이러니"라며 "유럽판 페이스북에 대한 요구는 미국 테크기업의 시장지배에 대한 무력감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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