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급상승하자 우량기업 125곳 신규 광고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재입성한 이후 친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뉴스채널 폭스뉴스에 광고가 대거 유입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이후 폭스뉴스의 시청자가 급증하면서 이 뉴스채널은 신규 우량 광고주 125곳을 새롭게 유치했다.
새 광고주 중 아마존과 GE 버노바, JP모건체이스, 넷플릭스, UBS 등은 최소 최근 2년간 폭스뉴스에 광고하지 않았던 기업들이다.
폭스뉴스는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등을 거느린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1996년에 설립한 케이블 채널로, 부동산 재벌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상을 뒷받침한 언론으로 평가된다.
광고주들이 밀려드는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시청률이 상승한 것이 주효했다.
올해 들어 황금 시간대인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일평균 시청자 수가 300만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약 5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케이블 뉴스 시청자 수의 70%를 차지한 것이다.
폭스뉴스는 다른 케이블 채널뿐 아니라 지상파와도 경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일인 지난 1월 20일부터 이번 달 10일까지 폭스뉴스의 황금 시간대 시청자 수는 일평균 400만명으로 같은 기간 CBS(390만명), NBC(340만명)보다 많았던 것으로 추산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거물급 인터뷰를 잇달아 한 것도 광고주들의 이목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폭스 경영진들은 광고 유입이 일부는 전통적인 TV 매체가 하락세인 영향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시청자가 TV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수백만 명의 시청자에게 한 번에 도달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매체가 폭스뉴스라고 자평했다.
폭스 코퍼레이션의 최고경영자인 머독의 장남 라클런 머독도 이번 달 초 광고 증가에 대해 언급하며 "선거 결과로 많은 광고주가 미국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런 경향은 트럼프 1기 당시 소비자 반발을 의식해 일부 브랜드가 폭스뉴스에 광고하지 않으려 했던 것과도 다르다고 FT는 전했다.
지난 2018년 전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터커 칼슨이 방송에서 이민자들이 미국을 "더 가난하고 더 더럽게 만든다"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T모바일 등 대기업들이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광고를 철회했다.
폭스뉴스 관계자에 따르면 2018~2020년에 일부 광고주들 사이에서는 피하고 싶은 폭스뉴스 프로그램 목록이 있었다고 한다. 이 목록에는 칼슨이 진행하던 프로그램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최대 광고주 중 한 곳인 프록터앤드갬블(P&G)도 칼슨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광고를 중단했다가 그가 회사를 나간 뒤 다시 광고를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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