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음악제' 진은숙 "산불 피해에 겸허한 마음으로 준비"

연합뉴스 2025-03-29 00:00:41

개막 간담회…"임윤찬에게 통영은 고향, 기꺼이 연주해줘 기뻐"

"음악 통해 자기 내면으로 여행하길…국경 없는 음악 선사할 것"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기자간담회

(통영=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각자가 많은 것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음악제에 와서 음악을 듣는 이 순간만이라도 자기 내면으로 여행해서 새롭게 자신을 찾는 기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 2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연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음악제 주제인 '내면으로의 여행'에 담긴 의미에 관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적으로 여러 상황이 불안하고 분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진 감독은 "(폐막 공연에서) 연주될 벤저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도 전 세계의 상황을 고려해 하루라도 빨리 이런 상황이 안정되고 평화를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영남 지역에 난 대형 산불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진 감독은 "산불 등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어서 축제를 벌이는 것이 맞는지 질문을 많이 했다"며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행사를 안 했을 때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가는 점도 있어서 겸허한 마음으로, 준비된 대로 음악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산불 피해 상황을 고려해 28일부터 30일까지 예정된 통영프린지 2주 차 공연을 연기했다. 통영프린지는 전국 각지의 아티스트들이 통영에 모여 벌이는 공연으로, 통영국제음악제의 시작을 알리는 부대행사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기자간담회

올해 음악제에서 이목을 끄는 대목은 상주 연주자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해 통영과 인연이 있는 임윤찬은 28일 개막 공연에 협연자로 나서고 30일 리사이틀을 연다.

진 감독은 "한국 출신의 젊은 연주자를 배출하고 그들을 계속 도와주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생각한다"며 "이번에 임윤찬 군이 다행히 시간이 돼 기쁜 마음으로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영이 임윤찬 피아니스트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임윤찬) '자신도 기꺼이 연주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진 감독은 다른 상주 연주자인 스페인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에 대해선 "신예로 국제적 명성을 얻어가는 첼리스트"라며 "한국 통영의 관객에게 자기 음악을 선보일 기회를 갖게 돼 본인도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페란데스의) 일정이 안 돼서 저희가 욕심내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했는데, 다음번에는 다양한 연주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통영국제음악제의 기획 공연으로는 드뷔시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공연 '에펠탑의 달빛', 세계 정상급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의 연주와 시각 예술을 결합한 제라르 그리제이의 '시간의 소용돌이'를 선보인다고 진 감독은 소개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진 감독은 올해로 4년째 통영국제음악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음악제여서 어떤 곡이 연주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다른 페스티벌 감독들과 얘기하다 보면, 곡에 집중하는 대신 크게 광고해서 많은 청중을 모으자는 얘기를 간혹 듣는데, 정말 많은 청중을 모으려면 음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음악제로서의 정체성을 묻는 말에는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져 유럽에서 많은 분이 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도 "국경 없는 음악을 선사하고자 연주자를 섭외할 때도 국경과 상관 없이 좋은 음악가를 부르고 있다"고 답했다.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사업본부장은 "중장기 플랜의 중요한 점은 아시아권으로 관객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들을 점차 시작하고 준비해나가겠다. 발걸음은 이미 뗐다"고 덧붙였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기자간담회

encounter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