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텅 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홀로 간절히 기도를 올린 지 5년이 흘렀습니다.
교황은 2020년 3월27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례한 특별기도에서 코로나19로 비탄에 빠진 인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려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코로나19가 막 전 세계를 강타하며 인류에게 깊은 공포를 안겨주던 시기였습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이탈리아에서는 사망자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동을 제한하고 봉쇄령을 내렸습니다. 친척, 친구를 만날 수 없었고 장례식조차 제대로 치를 수 없었습니다.
평소라면 인파로 가득했을 성 베드로 광장은 적막했습니다. 가끔 구급차 사이렌 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교황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제단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습니다.
그는 드넓고 휑한 광장을 바라보며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어두컴컴한 광장에서 인류 전체가 겪는 공포와 아픔을 짊어진 채 기도에 임한 교황의 당시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큰 위로의 한 장면이 됐습니다.
교황은 "우리는 혼자서 나아갈 수 없다는 것, 오로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자고 요청했습니다.
교황은 홀로 기도했지만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방송으로 생중계된 교황의 모습을 지켜본 전 세계 모든 이들이 교황과 함께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성 베드로 광장은 올해 25년 만에 돌아온 희년을 맞아 전 세계에서 찾아온 순례객들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5년 전, 비 내리는 성 베드로 광장에 홀로 섰던 교황은 여전히 폐렴에서 회복되지 않아 바티칸 거처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지내고 있습니다.
세상은 얼마나 변했을까요.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19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전쟁과 폭력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5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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