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얽히고설킨 악인들의 인연…'악연'

연합뉴스 2025-03-29 00:00:40

웹툰 '악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나쁜 사람은 결국 벌을 받는다는 인과응보 스토리는 어쩌면 식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악한 이가 또 다른 악인을 처단하며 공멸하는 설정은 어떨까.

웹툰 '악연'은 온통 나쁜 놈들로 가득한 이야기를 모았다. '사채 빚의 남자', '시체를 유기한 남자', '상처받은 여자'라는 소제목으로 3편을 차례로 펼쳐낸다.

'사채 빚의 남자'는 거액의 빚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독촉당하던 남성이 아버지를 죽여 사망보험금을 탈 계획을 세우는 내용이다.

노숙자에게 살인을 청부하고 계획한 날에 맞춰 알리바이를 세우던 때 경찰에게서 연락이 온다. 아버지가 죽었다고, 다만 한참 전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손 안 대고 코를 풀게 된 남자는 이제 노숙자에게 약속한 1억원을 줄 생각이 없다. 하지만 노숙자의 생각은 다르다.

'시체를 유기한 남자'는 막 개업한 한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술에 취해 운전하다 사람을 친 한의사는 시신을 유기하고, 사건을 덮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살인을 계획하게 된다. 그러던 중 자신이 어쩌면 사람을 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상처받은 여자'는 중학생 시절 성폭력을 당한 여자가 간호사가 되고서, 가해자 중 한 명을 환자로 만나는 이야기다.

여자는 당시의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그녀의 얼굴과 이름을 봐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여자는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 못해 갈팡질팡한다.

따로 시작한 세 이야기가 시즌2에서부터 한 데 만나고 휘몰아치는 듯한 속도감으로 합쳐진다.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차츰 아귀가 맞아떨어지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가 매력적이다.

최희선 작가는 "처음 구상할 때부터 '어떻게 하면 독자를 속일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출발한 작품"이라며 "단편을 그릴 때 이야기에 트릭을 자주 넣었는데 이를 장편으로 확장한 게 '악연'의 시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모든 인물이 번뜩이는 살의를 감추고 사는 듯한 음습한 분위기도 긴장감을 낳는다. 웹툰치고는 짧은 36화 분량이 오히려 이야기에 흡입력을 불어넣는다.

전형적인 영웅이나 일반인이라면 악인에게도 행할 수 없을 것 같은 나쁜 짓들도 악인의 손을 빌려 이뤄진다.

존속 살인, 인육, 장기 밀매, 성폭력, 시체 유기 등 자극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결국 인과응보라는 교훈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로도 제작돼 다음 달 4일 공개 예정이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