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삼킨 나라, 대한민국
Mary Cassatt: 메리 커샛, 현대 여성을 그린 화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박현수 지음.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은 빙수를 유달리 좋아했다. 빙수를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빙수당의 당수"라 불릴 정도였다. 1920년대 말 빙수를 먹을 때 오렌지나 바나나 시럽을 뿌려서 먹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방정환은 달랐다. 그는 빙수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것은 새빨간 딸기시럽이라 강조했다.
일제 식민 치하에서 조선 민중들은 대개 가난한 살림살이에 쪼들렸지만, 가끔 디저트를 즐겼다. 전작 '경성 맛집 산책'에서 경성의 번화가를 수놓은 외식 풍경과 그 위로 드리운 식민의 그림자를 쫓았던 저자가 이번에는 경성의 여덟 가지 디저트를 조명했다.
묘한 매력으로 마음을 끈 커피, 고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 팔았던 만주, 작가 이상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 한 멜론, 얼굴 크기보다 커 끼니로도 든든했던 호떡, 조선 최초의 탄산음료 라무네 등의 사연을 전한다.
국문학자인 저자는 배고프고 고단했던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간식을 통해 그때 그 풍경 속 웃음과 눈물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한겨레출판. 356쪽.
▲ 블랙홀 = 브라이언 콕스·제프 포셔 지음. 박병철 옮김.
'차세대 칼 세이건'이란 별칭이 붙은 물리학자 브라이언 콕스 맨체스터대 입자물리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 동료 제프 포셔 교수가 블랙홀의 세계를 탐험한다.
저자들은 블랙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학자들의 수많은 논쟁과 연구를 소개한다.
대중 과학서답게 최대한 쉬운 내용으로 썼으나 책 내용 자체가 만만치 않다. 블랙홀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열역학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곧 물리학의 거의 모든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아인슈타인에서 스티븐 호킹 그리고 오늘날 양자역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에 걸친 물리학의 최전선을 살펴본다.
알에이치코리아. 392쪽.
▲ 마약을 삼킨 나라, 대한민국 = 조성남 지음.
마약 중독 치료의 최전선에서 40년간 수많은 중독자를 치료해 온 저자가 대한민국의 마약 중독 실태와 그 해법을 제시한다.
치료감호소부터 민간병원까지, 저자는 직접 치료한 중독자들의 사례와 주요 마약 사건들을 통해 중독을 '죄'가 아닌 '질병'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중독이 질병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해 예방부터 치료, 재활에 이르는 회복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만, 너무 늦게 찾아오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치료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내가 치료하는 환자의 70%가 말기 중독자인데 신기하게도 이 말기 환자들은 자발적으로 나를 찾아온다. 그러고는 '제발 나 좀 살려주세요. 약 좀 끊게 도와주세요'라고 하며 매달린다. 그런데 문제는 안타깝게도 치료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한국 대표 교수진이 참여한 인생명강 시리즈 29번째 책이다.
21세기북스. 236쪽.
▲ Mary Cassatt: 메리 커샛, 현대 여성을 그린 화가 = 그리젤다 폴록 지음. 강경이 옮김.
미국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던 급진적인 예술가 메리 커샛(1845~1926)을 조명한 비평서다.
커샛은 미술사상 최초의 평등주의적 미술운동에 참가한 예술가이자 여성의 지적 활동과 정치적 해방을 주장한 페미니스트였다. 또 빛을 이용한 혁신적인 미술조류였던 인상주의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영국 리즈대 미술사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그간 미술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커샛의 존재를 현대 미술의 혁신가로서 복원해 낸다.
에이치비프레스. 320쪽.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