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모독' 논란 루슈디, 흉기 피습 3년 만에 첫 소설 발표

연합뉴스 2025-03-29 00:00:39

'악마의 시'로 살해 위협 시달리다 2022년 뉴욕서 칼부림 당해

지난해 회고록 출간, 소설은 피습 이후 처음…"마음 속 주제 담아"

살만 루슈디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세계적 소설가이면서 '이슬람 모독' 논란에 휩싸인 살만 루슈디(77)가 흉기 피습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후 처음으로 소설집을 발표한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계 영국 작가인 루슈디는 오는 11월 중편 소설 3편을 엮은 '일레븐스 아워'(The Eleventh Hour)를 내놓는다고 영미권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루슈디는 출판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 책에 담긴 중편 3편은 모두 최근 12달 사이에 쓰였다"면서 "내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던 주제와 지점들을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관용어로 'eleventh hour'는 보통 마감이 임박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마지막 순간, 막판 등의 뜻으로 쓰인다.

루슈디는 그러면서 자신의 고향부터 그간 거쳐온 지명들을 나열하는 듯 "사망, 뭄바이, 작별, 영국 (특히 케임브리지), 분노, 평화, 미국"이라고 언급했다.

1947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루슈디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뒤 미국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1981년 펴낸 '한밤의 아이들'로 세계적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 1988년 발표한 '악마의 시'가 이슬람 모독 논란에 휩싸이면서 숱한 살해 위협에 시달리다가 2022년 8월 뉴욕주 문학 행사에서 강연을 준비하던 중 흉기 피습을 당했다.

시아파 무슬림 출신인 가해자 하디 마타르(27)가 휘두른 흉기에 온몸이 찔린 루슈디는 가까스로 죽음을 피했으나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루슈디는 피습 당시 트라우마와 회복 과정을 담은 회고록 '나이프'(Knife)를 지난해 4월 펴내긴 했으나 그의 주종목인 소설을 선보이는 것은 피습 이후 처음이다.

루슈디는 피습 순간의 공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 나이프 출간 당시 소회를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그는 "나는 이 책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사실 소설로 돌아가고 싶었고, 노력을 했지만 바보 같은 일이었다"면서 "나에게 무척 큰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랜덤하우스에 따르면 루슈디의 새 책에서는 그가 살았던 인도, 영국, 미국을 배경으로 마법같은 재능을 타고난 음악 신동,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유령 등이 등장 인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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