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시장서 비중 계속 축소…지금은 수술이 필요한 상황"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꼭 시행해야 할 기념비적 조처"라며 지지 의사를 강조했다.
ACGA는 장기 투자자들을 회원사로 둔 홍콩 소재의 국제 비영리 단체로, 기업 의사결정 구조(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표로 한다.
아마 길 ACGA 사무처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 경제적 발전에도 최근 10년 사이에 국제 투자시장에서 그 비중이 자꾸 줄고 있다.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으니 투자자 사이에 의구심(skepticism)이 커지고 한국 기업의 가치를 의심받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길 사무처장은 "작년 한국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더 많은 기업이 밸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제를 비롯해 여러 인센티브(보상책)를 제공하고 모멘텀(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길 사무처장은 "한국 회사들은 투자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며 그 소통의 핵심 주체는 IR팀이 아닌 이사회가 되어야 한다"며 "한국 주주총회에 가면 CEO(대표이사)가 주총을 진행하고 의견을 듣는데, 이사회 의장이 맡을 역할을 CEO가 대신 하는 것은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스테파니 린 ACGA 한국리서치총괄은 "인수합병(M&A)와 기업분리(스핀오프) 등 조처에서는 흔히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에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충돌을 해결하는 것이 이사회이며, 여기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ACGA 회원사인 네덜란드연기금(APG)의 박유경 EM주식부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주식 시장은 너무 아파서 항생제를 쓰거나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요 지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이 10% 미만인데 이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은 대만과 묶여 포트폴리오(투자 대상)로 관리되고 큰 회사 몇 곳 외에는 제대로 투자받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업들의 주요 반대 논리는 주주 이익이 너무 모호해 리걸 리스크(법적 위험)가 커진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회사의 이익도 매우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이 때문에 법적 분쟁이 생기지 않는 만큼 이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 개정은 한국 시장에 꼭 필요한 조처이며, 만약 이 개정안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거부권이 행사되면 시장의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10∼20년 전에는 10∼18% 사이에서 움직였으나 계속 종목이 편출되며 현재는 9%대로 내려왔다.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