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SK하이닉스 곽노정 등 40여명 인민대회당 동대청 한자리에
시진핑, 기업들 인연 소개하며 친근감 표시…"中 법규 준수·문화 존중" 강조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글로벌 기업인 40여명을 만난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선 내수 침체와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 '중국 투자'에 목말라하는 중국의 간절함이 감지됐다.
이날 중국 정부 초청으로 취재가 허용된 외신 기자 10여명은 겹겹이 이어지는 중국 공안의 신분 확인과 2시간여에 걸친 야외 대기 끝에 '국제 공상계 대표 회견'(글로벌 CEO 면담) 장소인 인민대회당 동대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 주석이 중국공산당 지도자로 집권 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장소기도 한 동대청은 각국과의 정상회담 등 중요 행사에 활용되는 공간이다.
이날 면담에는 시 주석을 비롯해 차이치 당 중앙서기처 서기(공식 서열 5위), 외교 수장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경제 실세 허리펑 부총리와 경제 분야 장관들이 총출동했다.
길게는 30여년 중국에 투자해온 참석 기업인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23∼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이후 중국에 머물다 이날 면담에 배석했다.
중국 정부는 참석 기업 경영자들의 일정을 한 사람씩 조율하며 시 주석 면담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업인들은 '미음'(ㅁ)자 모양으로 배치된 동대청 테이블의 세 면을 따라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이재용 회장은 중국 지도부 오른편 테이블 첫 번째 자리에,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정면 테이블의 왼쪽 첫 번째 자리에 각각 앉았다. 시 주석을 바로 바라보는 자리에는 올라 켈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와 라지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가 위치했다.
이날 약 1시간 20분간 이어진 면담에선 페덱스 CEO(물류·미국)와 메르세데스-벤츠 CEO(자동차·독일), 폴 허드슨 사노피 CEO(바이오·프랑스), 조지 엘헤더리 HSBC CEO(금융·영국), 토시아키 히가시하라 일본 히타치제작소 회장(전자·일본), 곽 사장(반도체·한국), 아민 나세르 아람코 회장(석유·사우디아라비아) 등 7명의 기업인이 중국 시장의 현실과 전망에 관해 발언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중국 당국이 업종·국가별로 대표성을 띠는 외자기업을 일일이 배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CEO들의 발언을 들은 뒤 자신과 그 기업의 개인적인 인연, 해당 국가와 중국의 관계를 따로 언급하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CCTV는 이날 CEO들이 시 주석의 지도 아래 중국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으며 중국 경제의 미래는 밝다는 평가를 내놨다고 보도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시 주석의 마무리 연설 키워드는 '개방 확대'와 '외자기업 보호'로 요약됐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바이오·병원에 이어 문화·교육·인터넷 부문 추가 개방을 약속하는 한편 외자기업이 중국 기업과 동등하게 정부 조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등 법적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중국에는 '한 나라에 들어가면 그 나라의 습속을 따르고, 한 집에 들어가면 그 집의 금기를 피하라'는 말이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에 현지 법규를 준수하고 현지 문화·풍속을 존중하며 사회적 책임을 적극 이행하라고 강조하는데, 중국에 있는 외자기업 역시 응당 이래야 한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이 회장과 곽 사장 등 기업인들은 시 주석의 발언을 주의 깊게 들으며 추가 개방 분야와 외자기업들이 겪는 문제 등 언급이 나올 때는 한참 메모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면담을 마무리하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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