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홈플러스·MBK 고소 방침…"신용강등 알고도 채권발행 묵인"

연합뉴스 2025-03-28 18:00:02

신영·하나 등 다수 증권사들, 내주 중 법적 대응 나설 듯

홈플러스, ABSTB 직접 발행자는 아냐…책임 지우기 어려울 수도

본사 앞 기자회견 연 홈플러스 피해자들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증권업계가 홈플러스·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미리 알고도 이를 숨기고 단기채권을 발행했다며 다음 주 중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수 증권사는 다음 주 중 홈플러스·MBK파트너스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할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을 알고도 이를 숨겨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 발행을 묵인했고, 증권사들은 이를 모른 채 발행·유통에 나서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법적 대응에 나서는 증권사는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해 ABSTB 발행한 신영증권[001720]과 이를 판매한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영증권 관계자는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고,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단기채권 판매와 관련된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은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공동 회의를 개최하는 등 긴밀하게 대응책을 논의해왔다.

그동안은 업계는 홈플러스·MBK파트너스와의 협의를 통해 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법적 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기류를 보였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 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홈플러스·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법적 대응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안 질의 등을 통해 여러 증언이 뒷받침되면서 법적 조치에 나서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며 "홈플러스 측이 ABSTB를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한다고는 했으나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고객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최대한 힘을 쓰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ABSTB·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 5천949억원 중 증권사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천75억원으로 파악된다.

다만 ABSTB의 복잡한 발행·유통 과정을 따져보면 홈플러스가 직접 발행자는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홈플러스가 물품 결제를 위해 기업용 신용카드를 쓰면, 카드사는 매출채권(카드 대금)을 증권사가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한다.

SPC는 이 카드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또 다른 채권인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증권사는 이를 기관·개인투자자에 판매한다.

즉 홈플러스가 ABSTB를 직접 발행하고 유통한 주체는 아니라는 점에서, 발행의 주 책임자가 누구인지는 법적으로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o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