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 이념 삭제"…'문화전쟁' 트럼프, 스미소니언협회도 칼질

연합뉴스 2025-03-28 17:00:23

'미국 역사에 진실과 정신 회복' 행정명령 서명…"진실보다는 이념에 의해 왜곡" 주장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흑인 역사·문화 박물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진보 진영을 상대로 '문화전쟁'을 확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미국 문화재단 스미스소니언 협회를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국립동물원에서 '부적절한 이념'을 삭제하는 내용의 '미국 역사에 진실과 정신 회복'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비공개로 서명된 이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미국인들은 우리 국가의 역사를 다시 쓰려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시도를 목격했다"며 "객관적인 사실이 진실보다는 이념에 의해 주도되는 왜곡된 서사로 대체됐다"고 주장했다.

행정명령에 따라 JD 밴스 부통령은 스미소니언 협회 이사회에 참여해 박물관, 교육 및 연구센터, 국립 동물원 등 모든 영역에서 행정명령 이행을 위한 활동을 감독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행정명령에서 내무부 장관에게 2020년 1월 1일 이후 '미국 역사의 잘못된 재구성'을 위해 내무부 관할 구역 내 기념물, 기념관, 동상 등이 제거·변경됐는지, 특정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가치가 축소됐는지 등을 판단해 복구하라고 지시했다.

2020년 1월은 자신의 집권 1기 말기와 후임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집권 시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행정명령에서 스미소니언 협회의 미국 흑인 역사·문화 박물관, 미국 여성 역사 박물관, 미국박물관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장을 앞둔 미 여성 역사 박물관이 여성 스포츠에 참여하는 남성 운동선수들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흑인 박물관을 두고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 '개인주의', '핵가족'이 '백인문화'의 양상이라고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미 워싱턴DC 내 스미소니언 협회 건물 표지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워싱턴DC의 대표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를 두고서도 이사장을 직접 맡아 성·인종 등의 이슈를 둘러싼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케네디 센터 이사진을 전격 교체하고, 성소수자 등 진보 색채의 공연은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미소니언 협회는 1846년 영국인 과학자 제임스 스미소니언의 기부금으로 미 의회에 설립됐다. 자식이 없었던 그는 '스미소니언 협회 이름으로 지식의 증진·확산'을 위해 써달라고 밝혔다.

현대 워싱턴DC와 주변 지역에 예술, 과학, 우주, 미 역사 등에 관한 박물관 및 미술관 21곳, 교육·연구센터 14곳을 비롯해 국립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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