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대형 산불, 30년 공직생활 중 가장 긴박…1분만 늦었어도"

연합뉴스 2025-03-28 17:00:10

이근석 울주군 산림휴양과장 "인명피해 없어 감사할 뿐"

"비전문가 공무원 투입 대신 산불특수전문진화대 구성해야"

산불 현장에서 상황 설명하는 이근석 과장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울주 대형 산불 때 주민 대피가 빨리 이뤄지고 인명피해 없이 잘 마무리돼 너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이근석 울산시 울주군 산림휴양과장은 울주 산불이 모두 진화된 다음 날인 2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30년 공직 생활 중 이번 산불 진화 과정을 가장 힘들고 긴박한 시간으로 기억했다.

이 과장은 1996년 산림청 양산국유림관리소에서 공무원을 시작했고 국내 산림 분야 최고 전문가 자격인 산림기술사이기도 하다.

산림기술사는 고도의 전문 지식과 실무 경험을 토대로 기술 연구, 자문, 감리, 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산불은 지난 22일부터 엿새간 울산 지역 역대 산불 가운데 가장 피해 면적이 넓은 931㏊(헥타르)를 태우고 진화됐다.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에서는 지난 25일 불이나 이틀간 63㏊를 태우고 꺼졌다.

아파트 위협하는 산불

이 과장은 "울주군 2곳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정말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다른 지역 산불에서는 인명사고가 나기도 했는데, 다행히 주민 대피가 잘 이뤄지고 인명피해 없이 잘 마무리돼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이 과장은 "언양 화장산 산불의 경우 코 앞이 아파트와 주택이 많은 인구 밀집 지역이어서 정말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통합지휘본부장인 이순걸 군수가 곧바로 현장을 찾아 산불 확산 위험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문자를 보내도록 하거나 직접 주민 대피명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과장은 "온양 산불에 모든 진화 인력이 집중된 터라 여력이 없었지만, 워낙 심각한 상황이어서 산림청·행정안전부와 직접 소통해 헬기 8대가 언양 산불에 긴급 동원됐고, 소방도 총동원됐다"며 "1분이라도 늦었으면 화마가 마을을 삼켰을 것을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빨리 조치가 안 이뤄졌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며 "30년 공직 생활 중 가장 긴박했던 순간이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산불이 덮친 건물

그는 이번에 울주를 비롯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산불 진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2가지만은 반드시 개선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과장은 "산불만 나면 일반 공무원이 소집·동원되는 것은 이젠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산림청에서는 산불 진화에 특화된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산불특수전문진화대 같은 것을 구성·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일선 지자체도 안전사고 위험에다가 효율성마저 떨어지는 비전문가인 일반 공무원을 산불 현장에 출동시키는 것보다는 예산을 확보해 산림청과 같은 산불특수전문진화대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주군 언양읍 산불 진화하는 헬기

이 과장은 "이번에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3곳에서 한꺼번에 발생한 대형 산불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쉽게 잡을 수 없다"며 "헬기가 집중 투입됐으면 빨리 진화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에서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를 지역별로 더 늘려서 이번 같은 동시다발 대형 산불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불에 탄 울주군 온양읍 야산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