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성 등 고향사랑기부 '산불 긴급모금' 온정 답지
답례품 납품업체마저 전소하자 "답례품 안 보내줘도 괜찮다"
"긴급 모금 시작 후 사이트 접속자 평소보다 20배 늘어"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사상 최악의 산불로 인명·재산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피해 지역에 직접 도움의 손길을 건넬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에 '개미 기부 군단'이 몰려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 '위기브'에서 지난 26일 시작한 '경북 영덕 산불 긴급 모금' 고향사랑 지정 기부는 28일 현재 4천350명이 동참해 총 기부액 4억253만원을 넘어섰다.
또 27일 시작한 '경북 의성 산불 긴급 모금' 고향사랑 지정 기부는 723명이 참여해 기부금 7천167만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행정안전부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 '고향사랑e음'이 이날 시작한 '경북 안동 산불 긴급 모금'에도 순식간에 1천65명이 참여해 약 1억원이 모였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이나 자신이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답례품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제도다.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1월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금 사용처를 정하지 않고 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일반 기부와 지자체의 특정 사업에 기부하는 지정 기부로 나뉜다.
거대한 산불 피해에 경상북도 영덕군과 의성군은 '위기브'를 통해 '산불 긴급 모금' 고향사랑 지정 기부를 받기 시작했다. 각각 석달간 진행하며 목표 금액은 10억원이다. 산불 피해를 본 이재민을 지원하고 구호 활동을 벌이는 데 쓰일 예정이다.
위기브 관계자는 "긴급 모금을 시작한 이후 사이트 접속자가 평소보다 20배 늘었고 전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보니 기부 속도도 훨씬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 모금을 진행한 적 있는 영덕군과 26일 협의를 시작해서 다음날 빠르게 모금을 개시했고 의성군 관계자도 정신이 없는 와중에 연락해 와서 모금을 진행했다"며 "다른 지자체들도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활용해서 피해 복구를 위한 재원 마련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위기브'에서 산불 긴급 모금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용자가 몰려 결제를 완료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경험담이 이어진다.
참여한 사람들은 '응원하기'에 댓글을 달며 기부 행렬에 함께했다.
영덕 산불 긴급 모금 참여자 '코코넛***'은 "고향이 불타는 게 너무 가슴 아파 답례품 받는 것도 죄송스럽네요"라고 했고, '샤오잔***'은 "적은 금액이라 미안해요. 하루빨리 푸릇한 봄날이 모두에게 다가오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또 "당장 불타는 터전을 목전에 둔 분들의 심정은 어떠할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최전방에서 싸우고 계신 소방관과 봉사자들 진짜 존경한다" 등 성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의성 산불 긴급 모금 참여자들은 "취준생인지라 큰돈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해 작게나마 보탭니다", "의미 있는 곳에 고향사랑기부금 씁시다' 등 지지 댓글을 달았다.
영덕에 10만원을 기부했다는 직장인 박모(29) 씨는 "어차피 2월 연말정산 때 세액 공제로 돌려받으니 부담 없이 기부했다"면서 "이번에 고향사랑기부제를 처음 이용해 봤는데 앞으로도 매년 관심 있는 지역이나 사업에 기부해야겠다"고 밝혔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상품 등의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영덕군의 경우 반건조 오징어, 게딱지 장, 대게 어간장, 복숭아 병조림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의성군의 경우 쌀, 간고등어, 닭갈비, 마늘 등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위기브' 플랫폼에는 답례품 납품 업체가 산불 피해를 입어 당분간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영덕에 기부하고 답례품으로 반건조 오징어를 골랐다는 엑스(X·전 트위터) 이용자 'v2n***'는 "방금 오징어 업체도 전소되어 정상화된 후 보내드려도 괜찮겠냐는 전화가 왔다"면서 "안 보내줘도 괜찮고 너무 고생 많으시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전했다.
또 'awp***'는 "당분간 답례품 받기는 어려울 거 같아서 답례품을 선택하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기부만 했다"고 썼다.
'위기브' 플랫폼에서는 답례품을 선택하지 않고도 기부가 가능하지만 이후에 다시 답례품을 주문할 수는 없다.
이외에도 산불 피해 지역에 마음을 보태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유명 연예인들의 통 큰 기부를 비롯해 대한적십자사, 전국재해구호협회 등 여러 단체에서도 모금을 진행 중이다.
기부 현황과 참여 방법은 각 기부 단체와 카카오 '같이가치', 네이버 '해피빈' 등 기부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ku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