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직원, 집집 방문해 여론 점검…"매번 '싫다' 답변 돌아와"
개 썰매 대회 등 주민 접촉 일정 취소…현지 여행사는 '방문 거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미국 정부가 J.D. 밴스 부통령 부부의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방문을 앞두고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주민 반응을 점검하는 등 민심 관리에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반응뿐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직원들은 밴스 부통령과 부인 우샤 밴스 여사의 방문 며칠 전 미리 수도 누크에 도착해 현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매력 공세'를 펼쳤다.
이들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밴스 여사의 방문에 대한 생각을 묻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주민들의 싸늘한 반응뿐이었다고 덴마크 TV2 방송은 전했다.
이 매체는 "미국인들의 '매력 공세' 임무는 실패했다"면서 "그들은 그린란드 주민들이 일주일 넘는 기간 동안 그들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을 마침내 이해하게 됐다. 그것은 '우리는 지금 방문객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밴스 여사의 방문을 환영하느냐는 이들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매번 "'아니, 아니, 아니'라는 말"이었다고 전했다.
그린란드의 한 현지 여행사는 미국 대표단의 방문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도 누크에 위치한 여행사 '투필라크 트래블'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국 영사관에서 연락이 와 우샤 밴스 미국 부통령 부인이 우리 가게를 방문해도 되는지 요청했다"면서 "처음엔 기꺼이 그래도 된다고 했지만 더 면밀한 검토 이후에 우리는 (밴스 여사 방문의) 기저에 깔린 사안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영사관에 그녀의 방문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고 적었다.
이렇게 냉랭한 현지 반응은 밴스 부통령이 지난 25일 그린란드 방문 계획을 밝히면서 "우샤의 방문을 둘러싸고 많은 기대(excitement)가 있다"고 말한 것과는 대비된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그린란드 정치권과 대다수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미국의 그린란드 편입 의지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밴스 여사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의 그린란드 방문이 "매우 공격적"이라면서 "우리에게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반발했다.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백악관도 현지 주민과 접촉하는 일정을 최소화하려는 모양새다.
앞서 백악관은 밴스 여사 등 미국 대표단이 연례 개 썰매 대회 참관을 비롯해 "그린란드의 문화와 통합을 기념하기 위한" 명소들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이후 이 일정들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대신 최북단 미군 기지인 피투피크 기지를 방문해 브리핑을 받고 미군 장병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정 축소에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현지 방송에 "미국이 그린란드 시민사회 방문을 취소한 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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