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예부대, 브래들리 전차 등 동원 벨고로드 침투…러 "격퇴" 주장
쿠르스크 수세 타개·추가 휴전 카드 확보 의도…장기전 가능성 미지수
(제네바·서울=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고동욱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기 위한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로 침투,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에서 본격적으로 작전을 벌이는 건 작년 8월 러시아 쿠르스크주 일부 지역을 기습적으로 점령한 이후 첫 사례다.
휴전 협상의 중요한 카드인 쿠르스크에서의 전술적 수세를 타개하기 위해 인접 지역으로 전선을 다변화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영토 점령'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뱌체슬라프 글래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27일(현지시간)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지난 하루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포탄 161발과 드론 39대를 동원해 벨고로드 내 6개 지역을 공격했으며 민간인 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포격과 드론 공습으로 벨고로드 내 러시아군의 지휘소와 교량, 군수창고 등을 정밀 타격했다. 목표물을 보면 군사 작전을 전개하려는 듯한 양상이다. 우크라이나군 소규모 정예부대는 이미 일주일 넘게 벨고로드에 침투해 작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이런 피해가 발생했어도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고 국경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미국 전쟁연구소(ISW)를 인용해 벨고로드 내 데미도프카, 프리레세, 포포프카 등 마을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벨고로드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지역이다. 작년 8월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한 쿠르스크와도 이웃한 땅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 이어 두번째로 러시아 영토인 벨고로드에도 새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작전에는 500명 미만의 대대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력 규모는 적지만 최정예 부대이고 미국이 지원한 브래들리 전차도 수십 대가 투입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은 벨고로드 진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자국 접경 지역인 동북부 수미로 러시아군이 진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술적 조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벨고로드 진입은 쿠르스크에서의 수세를 타개하고 전선을 다변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의 중재로 에너지 시설 및 흑해에서의 부분 휴전에 합의했지만 지상 작전은 휴전 범위가 아니다.
러시아군은 전면 휴전에 합의하기 전까지 자국 영토로 진입한 우크라이나를 모두 쫓아내고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비롯한 기존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최대한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쿠르스크에서 공세를 강화해 우크라이나에 내줬던 지역을 70% 이상 탈환한 상태다. 아울러 국경 너머인 수미 등지로 군을 진입시키는 등 쿠르스크에서 버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고립시키려는 작전이 한창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벨고로드 작전은 쿠르스크 탈환에 집중하던 러시아군의 병력을 분산시키고 향후 정전 협상에서의 협상 카드를 추가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이번 작전이 일시적 급습에 그칠지 혹은 장기적인 주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등 전황과 전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올레시아 호리아이노바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 공동설립자는 텔레그래프에 "러시아 방어선을 새로 뚫은 우크라이나군은 전술적 위치를 개선하고 주도권을 다시 확보했다"며 "러시아가 자신의 계획을 강요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전쟁 블로거 블라디미르 로마노는 우크라이나가 공격한 데미도프카의 전황을 전하며 "러시아군이 다 포기하고 물러났다. 적군이 이곳을 점령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존 하디는 "러시아가 이번에는 대비가 잘 돼 있는 것 같다"며 "작전의 규모도 이전보다 확연히 작다"고 관측했다.
친러시아 전쟁 블로거 라이바는 텔레그램을 통해 "적군이 반복적으로 국경을 넘어 우리 거점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며 "여전히 긴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작전 성패는 시간에 좌우된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작년 8월 쿠르스크 기습 당시엔 한 달도 안 돼 1천300㎢를 점령할 정도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 속도가 빨랐지만, 이번 벨고로드 작전은 진격이 더디다는 점 때문이다.
부족한 병력을 추가 투입하기 어려운 데다 미국의 지원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단기간에 유의미한 전과를 올리지 못하면 또다시 수세에 몰릴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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