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최전선은 드론·지뢰와 사투…"평화회담은 위험한 환상"

연합뉴스 2025-03-28 13:00:08

쿠르스크 투입됐던 러 수만명 재배치될듯…남부선 '광섬유 드론' 위협

우크라이나군 제24 기계화연대 모습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휴전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군인들은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군이 드론과 저격수에 쫓기고 지뢰밭에 둘러싸인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며 그들에게 평화 회담은 '위험한 환상'처럼 느껴진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제33 기계화연대 드미트로 팔리사 대령은 동부 전선의 한 지휘소에서 진행된 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부대원들에게 휴전 가능성에 대한 예측은 무시하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팔리사 대령은 "(대원들은) 긴장을 풀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장밋빛 안경을 쓰고 내일은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우리는 멈추라는 명령을 받을 때까지 총을 쏜다"고 말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선을 가로지르는 격렬한 전투는 부분적으로는 영토를 확보하고 (휴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지렛대를 얻기 위한 때늦은 도박"이라며 "이는 또한 협상에 내재한 깊은 의구심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팔리사 대령은 "이 전쟁은 규칙을 계속해서 바꾸고 있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적응해야 한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내일을 위한 대안 전략을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쿠르스크를 일부 점령했던 우크라이나군이 이달 초 대부분 철수하면서 전투 양상은 또한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개월간 영토 수복 작전에 투입됐던 러시아군 수만명의 재배치가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북동쪽 전선을 지키는 한 장교는 러시아군이 오스킬강에 거점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게 자신의 주요 임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드론과 포병의 위협으로 부표를 띄울 수 없었던 러시아군은 이제 보트로 병력과 장비를 실어 나르고 있다.

남부 전선 드니프로강 유역에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방어선의 약점을 찾고 있다. 러시아군은 2달 전 강을 건너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제는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인 자포리자시를 향해 강을 따라 북쪽으로 진군을 시도하고 있다.

전장에서 숨진 우크라이나군

동부 돈바스에서도 격전이 계속되고 있다.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남쪽 방어선을 책임지고 있는 팔리사 대령은 그동안은 공격적인 전쟁과 현명한 방어 전술이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지만, 러시아군의 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전파방해를 피해 갈 수 있는 신무기 '광섬유 드론'을 동원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범유 드론은 무선으로 조종되는 게 아니라 초박형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조종되므로 전파 방해를 받지 않는다.

팔리사 대령은 광섬유 드론이 등장한 후 그의 여단은 7일 만에 차량 10대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우리의 접근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차량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제 러시아군처럼 사륜 오토바이와 사륜차를 자주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동한다. 또한,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을 피하기 위해 열신호를 가리는 망토를 착용하기도 한다.

전차와 장갑차가 드론 전파 교란 장치 '재머' 등을 장착한 민간차량, 오토바이, 사륜 오토바이와 섞인 모습을 두고 NYT는 혼란스러운 추격전이 난무하는 할리우드 영화인 '매드맥스'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