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회피" 헌재 비판론 증폭…대형산불 재난에 거리투쟁 강화는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28일 헌법재판소를 향해 "언제까지 헌법수호 책임을 회피할 것이냐"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신속히 파면 선고를 내려달라고 거듭 압박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빨라도 4월 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시화하면서다.
다만, 민주당은 동시에 장외 농성,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여부 등 투쟁 수위를 두고선 물밑 고심을 이어갔다.
대형 산불로 인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 강경 투쟁 기조를 고수하는 데 대한 현실적 부담감과 헌재의 선고 지연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각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공존하면서다.
민주당은 전날 여야정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대화를 제안했다. 한편으로는 한 권한대행에게 탄핵 경고도 분명히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관들 눈에는 나라가 시시각각 망해가는 게 보이지 않는가"라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헌법과 상식에 따라 판결하면 될 문제다. 오늘 바로 선고기일부터 지정하라"고 헌재에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에게는 "나라가 국난에 처했다. 국가 정상화와 재난 대응 모두 시급을 다투는 중대한 과제"라며 오늘 중에라도 만나자고 회동을 제안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총리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특명을 하달받은 '내란 대행'이라는 의심이 이제 확신이 되고 있다"며 "이번 주 안으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즉각 임명하라. 민주당은 한 총리가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죗값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주장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헌법재판관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이라며 "한 권한대행은 마 재판관을 오늘이라도 당장 임명하라. 가장 중요한 임무는 헌법 수호"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광화문 천막 당사와 헌재 앞 릴레이 기자회견 등을 이어가고 있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 파면 선고 때까지 광화문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헌재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18일 전까지 윤 대통령 선고를 내리지 않거나, 기각·각하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불안감과 함께 헌재 비판론도 증폭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며 대선주자로서 사법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긴 했지만, 만약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조기 대선은 무산되기 때문이다.
안규백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선고가 4월 18일 이후로 넘어가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생각할 수도 없는 문제"라며 "대한민국 자체가 무너지는 일이자 헌재의 존립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은 최악의 경우도 상정해 준비하고 있다. 여러 시나리오를 예측하며 대비하고 있다"며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고,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 광화문 천막당사 철야농성 등 필요한 조치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불 대응에 당력을 모으는 시기인 만큼, 민주당은 당장 투쟁 수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철야농성은 여러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가 있는 것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선고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전원위원회는 빨리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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