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해외입양 인권침해' 진실화해위 조사결과 주목…"사기·속임수"

연합뉴스 2025-03-28 12:00:11

해외 입양 한인 위로하는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1960∼1990년대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의 인권침해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난 가운데 외신도 과거 한국의 불법 해외입양 실태에 주목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한국이 복지 지출을 피하기 위해 아기들을 '짐짝처럼' 해외로 보냈다"면서 전날 공개된 한국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해외입양 인권침해 사건 조사 결과를 조명했다.

이 매체는 한국은 1950년대 이후 약 20만명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입양 국가"라면서 "한국전쟁 이후 미혼모 혹은 외국 군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서양에 입양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 결과 당시 해외입양 프로그램이 "사기와 위조, 속임수로 점철됐으며, 아기들을 '대규모 추방'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짐짝'처럼 대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전날 2기 진실화해위는 자신들의 입양 서류 조작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해외 입양 한인 367명 중 56명의 사례에서 인권침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례 중에는 출산을 한 여성에게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이를 입양 보내거나, 미아를 고아로 속여 입양을 보낸 일도 있었다.

입양 절차를 진행 중이던 아이가 사망하자 다른 아이를 신원을 조작해 대신 입양 보낸 사례도 있었다.

더타임스는 이러한 사례들을 상세히 전하면서 당시 가난했던 한국에서 민간 입양 알선 기관들은 거액의 수수료를 벌었기 때문에 이러한 식으로 아이를 찾아 해외로 입양 보내려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 결과 중 가장 비판 받아야 할 지점은 당시 정부가 이러한 불법 해외입양을 단순히 방치했을 뿐 아니라 복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독려했다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 매체는 당시 한국 정부가 "고아나 (부모가) 원치 않는 아이들에게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규제받지 않는 민간 입양 알선 기관들을 이용했다"면서 신생아에 가까운 아기들이 비행기 좌석 벨트에 줄줄이 묶인 채 해외로 보내지는 모습을 담은 당시 사진도 전했다.

미혼모에 대한 강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했던 한국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도 이러한 무리한 입양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한국 전쟁 이후 "외국인, 특히 주한미군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한국 여성들은 다른 미혼모들이 그랬듯 낙인이 찍혀졌다"면서 "이러한 불관용의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이들은 아기를 포기하기로 선택했고, 일부는 (아이의 생사가) 조작되거나 (입양을) 강요당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wisef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