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장, 96차 국회아프리카포럼 발표
"중국이 아프리카와 우주산업 협력 주도…미국 원조 빈 공간, 한국에 기회의 창"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아프리카 국가들과 우주산업 협력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아프리카와 우주산업에서 협력해야 합니다."
정헌주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ASTI) 원장은 28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아프리카포럼'(회장 이헌승 의원) 제96차 정기세미나에서 '아프리카 우주산업의 부상과 한-아프리카 전략적 협력 방안'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 외에 김건(국회아프리카포럼 사무총장)·조승환·김종양·한지아 등 의원 5명이 이른 아침부터 참석해 국방부, 외교부 당국자들과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난한 대륙으로 꼽히고 과학기술 수준이 낮은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민간 부문 확대와 상업화 추세를 보이는 우주산업이 아프리카에서도 부상하고 있다는 게 정 원장의 진단이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모두 17개국이 64개 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3개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이집트(12개), 나이지리아(7개), 알제리(6개), 모로코(3개) 등 순이다.
아프리카 우주산업의 규모는 2026년 226억 달러(약 33조원)로 2021년(195억 달러)과 비교하면 5년 사이 16.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 주요국들은 군사·안보, 사회·경제, 국가 위신 등 다양한 이유로 우주정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고 정 원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의 4대 우주강국을 소개했다.
남아공은 냉전 시대부터 일찌감치 우주개발과 연구를 시작했고 2009년 국가우주정책을 수립한 뒤 국가적 우주 역량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2022년에는 아프리카 최초로 자체 개발한 나노위성(10㎏ 이하)을 발사했다.
이집트는 1998년 아프리카 최초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국가다. 아프리카 우주국 본부를 유치했고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우주시티 건설을 진행하는 등 우주 강국 이미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지난해 이집트는 중국의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 최초의 인공위성 조립센터를 개소했다.
나이지리아는 1999년 국가우주연구개발청을 설립해 우주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작년에는 중국의 지원으로 첫 군사위성을 발사했다. 나이지리아는 독특하게 반군 등에 대처하기 위해 2014년 국방우주청(DSA)도 설립했다.
알제리도 자연자원 관리, 재해 대응,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주기술을 활용하며 2017년 중국과 협력해 첫 통신위성을 발사하는 등 중국, 러시아, 인도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을 상대로 막대한 투자와 원조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했는데 우주산업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정 원장은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경쟁력 있는 가격, 기술 이전, 인프라 개발을 제공하며 주요 우주 기술 파트너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또 일본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해 아프리카와 우주 협력을 하며 나이지리아, 가나, 르완다, 짐바브웨 등의 위성 제작도 협력 분야에 포함된다.
반면 미국의 경우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상업화 분위기에서 외교 목표와 연계되지 않은 채 대(對)아프리카 우주협력의 전략이 없다는 걱정마저 나온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 원장은 한국도 아프리카와 우주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안으로 ▲ 위성 공동개발과 제작, 위성 데이터 활용 지원 등 기술 협력 ▲ 우주 공적개발원조(ODA) 활용 ▲ 우주탐사 등 공동연구 ▲ 인재 양성과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국제 원조를 대폭 줄인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에 게임체인저와 같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등을 통해 많이 투자해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빈 곳을 보완하면 서로 '윈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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