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상으로 덮어 둔 아픔…기준영 '내일을 위한 힌트'

연합뉴스 2025-03-28 10:00:06

오한기 연작소설집 '무료 주차장 찾기'

조시현 첫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

'내일을 위한 힌트' 책 표지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내일을 위한 힌트 = 기준영 지음.

소설가 기준영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문예지, 웹진, 앤솔러지 등에 공개한 단편소설 여덟 편을 수록했다.

가장 앞에 실린 소설 '다미와 종은, 울지 않아요'는 화자인 대학생 다미와 오래전 연락이 끊겼다가 불쑥 나타난 고교 동창 종은의 이야기다.

갑작스레 함께 살게 된 두 동창생의 일상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대화 속에 차츰 각자가 품고 있던 상처가 드러난다. 두 사람은 그리 친하지 않았음에도 서로의 아픔을 위로한다.

'나를 부르는 소리'는 화자가 다친 숙부를 모시고 찾아간 응급실에서 만난 남자에게 뜻밖의 위안을 얻는 과정을 그렸고, '헬레나의 방식'은 한 신부가 여성 신자 헬레나의 고해성사를 듣는 이야기다.

기준영은 2009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소설집 '연애소설', '이상한 정열', '사치와 고요', 장편소설 '와일드 펀치', '우리가 통과한 밤' 등을 펴냈다. 창비장편소설상, 젊은작가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문학동네. 268쪽.

'무료 주차장 찾기' 책 표지 이미지

▲ 무료 주차장 찾기 = 오한기 지음.

2016년 젊은작가상을 받은 오한기의 연작소설집이다. 작가와 같은 이름의 화자가 등장하는 세 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했다.

화자는 소설가이자 프리랜서로 여러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딸을 돌보고 있다.

표제작은 화자의 딸이 다니던 유치원 통원차량 운전기사가 '무료 주차장을 찾으러 간다'는 메시지만 남기고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미스터리한 사건이 벌어지자 동네 사람들 사이에 추측이 난무하는데, 주차할 자리가 부족한 탓에 기사가 오랜 시간 주차 비용을 부담해왔던 사실이 밝혀진다.

무료로 차를 댈 자리가 부족해 벌어지는 갈등은 각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여러 사회 문제를 익살스럽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오한기는 2012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의인법', '바게트 소년병', 장편소설 '홍학이 된 사나이', '나는 자급자족한다', '가정법' 등을 펴냈다.

작가정신. 156쪽.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 책 표지 이미지

▲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 = 조시현 지음.

시인 겸 소설가 조시현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2018년 데뷔한 이래 계간지와 웹진 등에 발표한 작품 중 여덟 편의 중단편 소설을 실었다.

표제작은 육체를 잃어버린 채 영혼만 남은 인류가 클라우드 안에 데이터로 저장된 채 열 대뿐인 '휴먼 슈트'에 탑재되는 미래 사회의 이야기다.

표제작을 비롯해 대부분의 수록작이 명확한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를 갖추기보다 장면을 생략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을 배치함으로써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조시현은 2018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하며 데뷔했고, 이듬해 현대시 신인상에 시 '섬'이 당선됐다. 시집 '아이들 타임'을 발표했다.

문학과지성사. 432쪽.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