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인도적 위기 심각한 아프리카 사헬지역

연합뉴스 2025-03-28 08:00:05

임기대 부산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장

임기대 부산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아프리카의 사헬(Sahel)지역은 사하라 사막의 남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반건조 스텝지대다. 세네갈 북부부터 모리타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나이지리아, 차드, 수단(남수단 일부 포함), 에리트레아까지 동서로 긴 띠 모양으로 펼쳐진 지역이다. 이 지역은 반건조 기후로, 연간 강수량 200∼500mm의 대부분이 6월에서 8월 사이에 집중된다. 극심한 가뭄과 높은 온도 변동으로 인해 기후환경변화에도 매우 취약한 이 지역은 낮은 풀이 자라는 초원과 가시나무, 아카시아가 산재해 있다.

사하라 사막과 열대 사바나 사이 중간 지역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높은 출산율과 낮은 기대 수명, 높은 빈곤율을 보이며, 지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사헬지역 환경은 자연적인 면도 있지만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식민 지배와 독재, 잦은 쿠데타와 테러, 기후환경변화 등의 구조적 문제에다 난민 등의 문제까지 중첩된다. 여기에다 지역 발전 저해는 물론 인도주의적 위기까지 사헬지역은 오늘날 전 세계가 가진 온갖 문제의 총집결지가 되고 있다.

사헬지역의 심각성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는 국가들은 어디에 있을까 살펴보자. 국제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IRC) 2025년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도움이 절실한 지역 상위 10개 국가를 꼽았다. 이 중 아프리카 국가는 수단, 남수단, 부르키나파소, 말리, 소말리아이다. 상위 10개국 중 아시아 4개(시리아, 팔레스타인, 미얀마, 레바논), 아메리카 1개(아이티), 아프리카 5개국으로 아프리카가 가장 많다. 특정 지역만 놓고 볼 때는 사헬지역이 4개 국가(수단, 남수단, 부르키나파소, 말리)로 제일 많다.

이들 국가의 문제점이 대체 무엇이길래 인도주의적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인가? 먼저 수단은 내전이 지속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강제 이주민이 발생하고 있다. 수단정부군(SAF)과 신속지원군(RSF) 간의 내전은 많은 폭력이 자행되면서 민간인에게 재앙적 상황을 안겨주었다. 그런데도 국제인도법은 이런 상황을 등한시하고 있다. 인종 청소와 성폭력, 소년 병사는 일상이 되었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지 못해 지역민의 삶의 환경이 최악 수준이다. 2024년 기준 약 75만 명의 사람들이 식량 불안으로 굶주려 사망하고 있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였고 콜레라와 같은 예방 가능한 질병도 막지 못하고 있다. 전체 인구 4천700만 명 중 3천만 명가량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이주기구(IOM)의 2025년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수단 내 난민 수는 1천5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2025년 2월 RSF는 수단건국연합(Founding Alliance of Sudan)을 발족시켜 이중 정부 수립을 공식화했다.

[그래픽] 아프리카 사헬지역

남수단은 북수단과 내전 종식을 선언했지만, 불안정한 정치상황과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해 있다. 폭력이 만연하며 해마다 홍수 피해를 겪고 있어 농사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100만 명 정도가 수인성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 남수단에서 210만 명의 어린이들이 급성 영양실조를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남수단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대략 900만 명, 식량 불안에 직면한 사람 710만 명이다. 이곳에 수용된 난민은 주로 수단 출신으로 55만 명 정도(2025년 2월 기준)이다. 남수단의 인간개발지수는 193개국 중 192위이다.

부르키나파소는 2022년 두 차례(1월, 9월)의 쿠데타를 겪으면서 국가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다. 게다가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계열의 테러집단 이슬람무슬림지지그룹(GSIM)과 그레이터사하라이슬람국가(ISGS)의 경쟁적인 활동은 지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2023년 프랑스군이 철수한 틈을 타서 테러집단은 많은 민간인 마을을 공격해 200만 명 이상이 외부와 단절 상태에 있다. 전체 인구 2천100만 명 중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600만 명 이상, 국가 위기로 인해 국내 실향민이 210만 명에 달한다. 분쟁과 테러집단 활동으로 많은 사람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370개 이상의 의료 기관이 폐쇄돼 350만 명 이상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군사정부의 민간인에 대한 억압으로 인권 문제 등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

말리는 2012년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프랑스의 군사 개입(2013년)이 있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두 번의 쿠데타를 겪으면서 군부가 정권을 잡았다. 이와 함께 러시아 용병 바그너(Wagner)그룹이 말리 내전에 참여하면서 투아레그인, GSIM, ISGS와 같은 이슬람 테러집단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22년 프랑스군과 유엔군이 철수하면서 민간인 사상자 수가 증가했다. 테러집단 간 경쟁으로 지역민의 이동이 제한됐다. 수십만 명이 식량과 식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오랜 기간 지속된 사막화와 홍수는 작황 파괴로 이어져 지역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35만 명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음에도 말리인에 대한 국제기구의 지원은 최저 수준이다. 현재 말리 인구 1천700만 명 중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710만 명, 국내 실향민 수는 40만 명 정도에 달한다.

이렇듯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한 사헬지역 4개 국가 문제는,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외부 세력의 개입을 줄이고 평화로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노력과 대화의 장을 지속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 긴급한 식량과 물,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 개발 전략을 통해 이뤄가야 한다. 셋째,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키는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촉진해 장기적인 식량 안보와 경제적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넷째, 아프리카연합(AU), 서아프리카경제연합(ECOWAS)과 같은 지역 기구의 역할을 강화해 평화 유지와 인도적 지원에 대한 협력을 끌어내도록 국제사회가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유엔난민기구(UNHCR),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 인도적지원조정사무소(OCHA) 등은 물론 비정부기구 등이 효과적인 연결을 통해 인도주의적 위기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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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대 교수

현 부산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및 중앙도서관장, 프랑스 파리7대학 박사(언어역사인식론), 저서 '베르베르문명'·'7인 7색 아프리카' 외 다수, 한국프랑스학회장,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HK)3.0 과제 주관연구소 연구 책임자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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