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에 없는 '대표발명자' 운영, 퇴직자에 포상금 준 화학연구원

연합뉴스 2025-03-28 08:00:02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종합감사…"채용 제척제도 운용 태만히 해 공정성 훼손"

한국화학연구원 현판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국화학연구원이 규정에도 없는 대표발명자 제도를 운영하고 채용 업무를 태만히 해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28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회의 화학연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2∼2023년 연구원에 등록된 특허 관련 직무발명의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역할이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는 '대표발명자'라는 제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연 직무발명관리요령을 보면 연구자에 대해 일반적 관리를 하거나 발명과정에서 단순히 일반적인 조언을 한 자는 공동발명자로서의 요건을 갖지 못한다.

그런데도 '회의에 참석해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라거나 '특허 명세서를 검토 보완했다', '자금을 조달하고 과제를 관리했다' 등의 이유로 대표발명자로 지정하고, 직무발명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서나 증거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표발명자에 대해서는 실무발명자를 포함한 공동발명자와 기여율과 같거나 그 이상의 기여율을 산정하는 등 공동발명자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게 관리되고 있었다.

감사위가 2년 동안 등록된 205건의 특허 기여율을 직급·직책으로 구분해 분석해보니 보직자 그룹의 실무발명자로서의 평균 기여율은 각각 19.0%(2022년), 13.7%(2023년)에 그쳤지만 대표발명자로서의 평균 기여율은 각각 32.0%(2022년), 26.5%(2023년)로 높게 나타났다.

화학연 연구윤리규정은 '공헌 또는 기여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저자의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를 저자를 부당하게 표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학연은 대표발명자라는 자격 때문에 보직자 그룹의 특허 기여율이 높게 배분된다기보다는, 경험칙상 발명의 완성에 중심적인 기여를 한 연구자가 보직자가 될 개연성이 높다고 해명했다.

감사위는 직책 등이 대표발명자 선택과 발명자 기여율 배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직무발명 보상의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직무발명 신고 관리 방식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감사위는 또 화학연이 또 직원 채용 과정에서 채용 전형위원 등의 제척제도를 세부적으로 안내하지 않아 채용 전형의 공정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감사 대상 기간(2021∼2023년) 채용 전형위원들은 응시자와 같은 직장 관계나 공동연구 관계에 있음을 사전에 알고도 해당 응시자에 대한 평가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는 같이 일했던 연구원들에게 부적정하게 점수를 부여해 합격에 영향을 미친 전형위원 2명에 대해 징계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화학연은 상위 지침에 제척사유에 대한 명확한 세부 기준이 없고, 제척의 모든 경우는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자의적 판단이므로 안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퇴직예정자에 대해 지급해온 포상금제에 대해서도 부적정 통보했다.

화학연은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에 퇴직예정자에 대한 고가 기념품 지급 등 방만 경영항목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정상화 지침을 제출하고도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이 같은 지침을 위반해 104명의 퇴직 예정자에게 1억4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감사위는 능률성과금을 재원으로 포상금을 수여할 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기여한 정도를 기준으로 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기관에 통보했다.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