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건설로 자리 옮긴 서당·고택, 잿더미로…국가유산 피해 23건

연합뉴스 2025-03-28 00:00:17

안동 지산서당·지촌종택 등 전소…구암정사도 일부 불에 타

산불 할퀴고 간 자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80년대 후반 임하댐 건설로 한 차례 '이사'했던 경북 안동의 옛 서당과 고택도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잿더미가 됐다.

국가유산청은 27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산불과 관련해 피해가 확인된 국가유산이 총 23건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집계된 18건과 비교하면 5건 늘었다.

국가 지정유산 피해 사례는 11건이다. 보물인 경북 의성 고운사의 연수전·가운루를 비롯해 명승, 천연기념물, 국가민속문화유산이 3건씩 산불 피해를 봤다.

시도 지정유산의 경우, 안동에서만 5건 늘어 총 12건의 피해가 확인됐다.

산불로 사라지기 전 모습

지촌 김방걸(1623∼1695)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지산서당은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지산서당은 1800년에 지었으나 고종(재위 1863∼1907) 때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철거됐다가 1926년에 복원됐다.

그러나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1988년에 현재 위치로 옮겨 세웠다.

김방걸의 종가인 지촌종택, 후손 김시정(1737∼1805)이 분가하면서 지은 국탄댁도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지촌종택은 1985년, 국탄댁은 1988년에 지금 자리로 각각 옮겨왔다.

지촌종택과 지산서당 등은 전통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지례예술촌에 함께 있었다.

안동 송석재사 옛 모습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공을 세운 김철(1569∼1616)의 묘를 지키는 재실(齋室·무덤이나 사당 옆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인 송석재사도 전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임하면 사의동에 있었던 송석재사 역시 1987년 이곳으로 옮겨 세웠다.

조선시대 학자인 김근(1579∼1656)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구암정사는 협문이 전소되는 등 일부가 불로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잇따르는 만큼 국가유산 피해는 더 늘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산불 위험으로부터 국가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물을 뿌리고 방염포를 설치하는 등 긴급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산청 대원사 다층석탑 방염포 작업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