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록' 류준열 "선과 악보다 무엇을 믿느냐가 중요하죠"

연합뉴스 2025-03-28 00:00:16

목사 성민찬 역…"악역? 선이라 믿고 연기해"

"연상호 감독 재능에 질투나…선원이 믿고 따를 선장"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누가 영화 '계시록' 예고편을 보고 악역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근데 대답을 못 했어요. 저는 선으로 보고 연기를 했거든요."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의 주연 배우 류준열이 26일 서울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화 속 목사 성민찬을 연기할 때의 마음가짐을 밝혔다.

'계시록'은 소녀의 실종을 둘러싸고 목사 성민찬(류준열 분)과 형사 이연희(신현빈), 전과자 권양래(신민재)가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류준열이 연기한 목사는 자기 행동이 신의 계시라고 믿으면서 이야기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그는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당신은 어떤 믿음을 갖고 있으며 그런 당신을 어떻게 보세요'라는 질문인 것 같다"며 "성민찬이 '선이냐, 악이냐'라는 게 중요하기보다 이 사람이 어떤 것을 믿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 '계시록' 속 한 장면

지난 2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계시록'은 3월 17∼23일 일주일간 시청 수(시청 시간을 상영 시간으로 나눈 값)가 570만으로 집계돼 넷플릭스 비(非)영어 영화 중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류준열은 "인간의 믿음에 관한 얘기다 보니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얘기인 것 같다"며 "오락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풀어낸 부분이 있어서 양 측면에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류준열이 '계시록'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그는 "인간이 무엇을 믿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전 작품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다루는 지점이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얘기하고 싶은 지점"이라고 말했다.

영화 '계시록' 속 한 장면

극 중 성민찬은 계시에 사로잡히면서 점점 광기에 휩싸인다. 그간 주로 일상적인 캐릭터를 맡아 자연스러움을 연기한 류준열에게 극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성민찬은 색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다가왔다.

류준열은 "(영화 시작과 끝의) 낙차가 크도록 연기를 디자인했다.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관객이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기존과 다르게 연기했고 여러 갈증이 해소되는 지점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특정 캐릭터보다는 주변의 인물들을 많이 참고해 광기를 연기했다고 한다.

류준열은 "광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그것은 믿음인 것 같다. 내가 어느 정도 믿느냐에 따라 눈에 보이는지 보이지 않는지의 차이이지, 모두가 광기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상에서 많이 찾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류준열은 현장에서 질문이 많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계시록' 촬영 때도 사소한 것까지 물어보며 연상호 감독과 작품을 만들어갔다.

그는 "연상호 감독은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는 믿음직스러운 감독이었다"며 "선원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선장"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작가라는 또 다른 창작자로서 연 감독의 재능에 질투가 났다고도 했다.

류준열은 "배우의 작품 수가 감독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 제 작품 수는 연 감독보다 부족한 것 같다"며 "(연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다음 영화를 생각하셨다. 스토리텔링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갖고 계셔서 다 부러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계시록' 제작보고회

촬영장에서 류준열의 수많은 질문은 그만큼 많이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류준열은 "질문이 많을수록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의심한 만큼, 고민한 만큼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영화가 꿈이자 밥줄일 텐데 이것을 타성에 젖어서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류준열은 앞으로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예고했다.

"(작품 활동을) 더 하고 싶어요. 아직 에너지와 갈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스터피스(걸작)를 향해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느끼는 완벽한 순간이 나오면 그만두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요. 하지만 아직은 그런 순간이 없네요. 지금은 '계시록'을 찍으며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작품을 빨리 하고 싶네요."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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