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車관세 25% 현실화…현대차그룹도 70만대 영향권(종합)

연합뉴스 2025-03-28 00:00:06

자동차, 한국 대미 수출 1위 품목…작년 수출 물량 절반이 미국행

업계 "정부 대책 기다리는 중"…전문가 "유예·면제 끌어내야"

트럼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홍규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투자로 정면 돌파한다는 구상이지만 생산시설을 갖추고 가동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생산능력을 확충하더라도 약 70만대 가까이는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경쟁국에서 관세를 면제·유예받을 경우 한국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배가될 수 있는 만큼 현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어필하며 대미 협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자동차 수출 영향은?

◇ 대미 수출 1위 품목 '흔들'…가격 경쟁력 저하로 수출 타격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우리가 할 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면서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천400만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8천900만달러)의 49.1%를 차지했다.

미국의 평균 수입 가격에서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수입 가격 비율은 0.8로,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자동차 평균 가격보다 한국산 자동차 가격은 낮은 편이다. 그동안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수출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25%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업계는 물론 한국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씨티는 한국산 자동차, 부품, 의약품, 반도체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0.203%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대규모 미국 투자' 현대차그룹도 피해 불가피…한국GM 생존 위태

최근 210억달러(약 31조원) 대미 투자 발표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도장을 찍었던 현대차그룹도 단기적인 악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가 부과되는 물량 자체를 줄이면서 제철소 건립 등 수직 계열화를 통해 부품 및 원자재 관세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대미 수출 규모는 101만5천5대다. 현대차가 63만7천638대, 기아가 37만7천367대를 수출했다.

그러나 투자 계획도 애초에 4년 기간인 데다 캐파(생산능력) 확대, 제철소 건립 모두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도 당장의 타격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준공식을 연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연간 30만대 규모이지만 지난달 출고량은 4천73대였다.

현대차·기아가 목표하는 생산 능력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관세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70만8천293대를 판매했는데, HMGMA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현지 캐파를 100만∼120만대로 끌어올려도 50만∼70만대는 여전히 관세 대상으로 남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일 리포트에서 "미국이 멕시코와 한국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기아 합산 기준 연간 EBIT(영업이익) 창출 규모가 8조원 감소하면서 현 수준 대비 EBIT 규모가 34% 축소될 것"으로 추산했다.

GM의 한국 생산기지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GM은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의 미국 수출량은 41만대가량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85%에 달한다.

2019년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군산공장 문을 닫았던 한국GM이 아예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그래픽] 현대차그룹 대미투자 규모

◇ 현지투자 어필 필요…"유예·면제 추진해야"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신속한 대응을 통해 미국 현지 투자를 어필하면서 관세 면제 내지는 유예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계속 우려하고 준비했던 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라며 "개별 회사 차원에서 막을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면밀히 상황을 지켜보며 정부의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HMGMA 준공식에서 "저희가 (210억달러 현지 투자) 발표한 것은 한 개 기업이기 때문에 관세에는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관세 발표 이후 협상은 정부 주도하에 개별 기업도 해야 하므로 그때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이 35%로 독일 폭스바겐(20%)에 이어 두 번째로 낮고, 벤츠(37%)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미국 자동차보다는 현지 생산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다"고 우려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한꺼번에 (수출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쿼터제식으로라도 일부 관세를 유예하는 등의 협상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 올해까지는 몇 대, 내년까지는 몇 대까지 관세를 면제해달라는 식으로 제안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미국 빅3(GM·포드·스텔란티스)에 부메랑이 되기 때문에 관세가 오래갈 수 없다고 본다"면서 "협상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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